[부산 현장스케치]'경기 중인데 퇴근?' 연습경기서도 이어진 롯데의 자기주도 훈련법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04-24 06:10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야간 연습경기가 펼쳐진 23일 부산 사직구장.

이날 삼성과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한 롯데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는 4회말을 마치고 교체 통보를 받은 후 곧바로 짐을 싸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기는 한창 진행 중이었지만, 스트레일리는 더그아웃에 머무는 대신 퇴근길에 올랐다.

외국인 선수에게만 주어진 특권이 아니었다. 전준우, 민병헌, 손아섭 , 안치홍, 정 훈, 이대호, 딕슨 마차도 등 스트레일리와 함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들이 교체 후 차례로 퇴근했다.

이날 경기가 연고지인 부산에서 열린 만큼 단체 이동의 제약이 없기는 했다. 그러나 동료들이 경기를 마치기 전에 홀로 빠져나와 퇴근하는 장면은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국내 정서상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었다.

새 시즌 롯데 지휘봉을 잡는 롯데 허문회 감독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허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교체된 선수는 곧바로 퇴근한다. 할 것을 했으면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그동안 '자기주도 훈련'을 강조해왔다. 팀 일정과 별개로 선수 본인의 루틴에 맞춰 훈련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것. 개인의 컨디션과 활약이 좋아야 팀에게도 좋은 결과물이 오고, 성취도 커진다는 게 이유였다.

허 감독은 취임 직후 펼친 국내 마무리훈련을 시작으로 호주 스프링캠프, 귀국 후 자체 청백전에서도 이런 기조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출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선수 개인이 준비한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면 퇴근은 자유였다. 안방에서 치르는 연습경기에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허 감독은 "어디까지나 시즌을 준비하는 연습경기다. (교체된 선수가) 더그아웃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게 좋은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롯데 전준우는 "(연습경기 조기 퇴근이) 몸 관리하는데 아무래도 유리하다"며 "일찍 마친다고 해서 특별히 다른데 가는 게 아니다. 내일 경기를 준비 하기 위해 일찍 들어가기 때문에 휴식과 준비에 집중한다. 감독님이 신경 써 주시는 만큼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의 철학은 롯데의 분위기도 바꿔놓은 듯 하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훈련이나 경기를 즐길 줄 아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 지도 잘 알아가고 있다. 최근 야구장에 나올 때마다 기분이 좋은 이유"라고 미소를 지었다.


자율엔 그만큼 책임도 따른다. 스스로 루틴에 맞춰 훈련해 온 롯데 선수들은 그 결과에 따라 경쟁 성적표를 받을 날을 앞두고 있다. 허 감독은 "(베스트 라인업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변동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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