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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야간 연습경기가 펼쳐진 23일 부산 사직구장.
이날 삼성과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한 롯데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는 4회말을 마치고 교체 통보를 받은 후 곧바로 짐을 싸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기는 한창 진행 중이었지만, 스트레일리는 더그아웃에 머무는 대신 퇴근길에 올랐다.
이날 경기가 연고지인 부산에서 열린 만큼 단체 이동의 제약이 없기는 했다. 그러나 동료들이 경기를 마치기 전에 홀로 빠져나와 퇴근하는 장면은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국내 정서상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었다.
새 시즌 롯데 지휘봉을 잡는 롯데 허문회 감독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허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교체된 선수는 곧바로 퇴근한다. 할 것을 했으면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그동안 '자기주도 훈련'을 강조해왔다. 팀 일정과 별개로 선수 본인의 루틴에 맞춰 훈련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것. 개인의 컨디션과 활약이 좋아야 팀에게도 좋은 결과물이 오고, 성취도 커진다는 게 이유였다.
허 감독은 취임 직후 펼친 국내 마무리훈련을 시작으로 호주 스프링캠프, 귀국 후 자체 청백전에서도 이런 기조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출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선수 개인이 준비한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면 퇴근은 자유였다. 안방에서 치르는 연습경기에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허 감독은 "어디까지나 시즌을 준비하는 연습경기다. (교체된 선수가) 더그아웃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게 좋은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롯데 전준우는 "(연습경기 조기 퇴근이) 몸 관리하는데 아무래도 유리하다"며 "일찍 마친다고 해서 특별히 다른데 가는 게 아니다. 내일 경기를 준비 하기 위해 일찍 들어가기 때문에 휴식과 준비에 집중한다. 감독님이 신경 써 주시는 만큼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의 철학은 롯데의 분위기도 바꿔놓은 듯 하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훈련이나 경기를 즐길 줄 아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 지도 잘 알아가고 있다. 최근 야구장에 나올 때마다 기분이 좋은 이유"라고 미소를 지었다.
자율엔 그만큼 책임도 따른다. 스스로 루틴에 맞춰 훈련해 온 롯데 선수들은 그 결과에 따라 경쟁 성적표를 받을 날을 앞두고 있다. 허 감독은 "(베스트 라인업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변동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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