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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시선]가열되는 144경기 논란, 현장과 운영 간 시각 차..솔로몬 지혜 필요하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4-24 06:54


코로나19 영향으로 프로야구 개막이 4월 중으로 연기된 상황에서 두산 베어스 선수단이 2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훈련을 가졌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텅 빈 관중석 앞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3.20/

2020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연습경기가 2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6-3으로 승리를 거둔 SK 선수들이 염경엽 감독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4.21/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입장이란 게 있다. 각자가 서있는 위치. 시각 차를 부르고, 갈등을 부른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현장(선수단)의 입장이 있고, 운영(구단)의 입장이 있다. 갈등의 씨앗이다. 외국인 선수 등 전력 보강을 놓고 현장과 프런트가 크고 작게 충돌하는 이유다.

144경기 풀 시즌 소화 여부를 놓고 운영과 현장간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프런트와 현장의 목소리가 다르다.

현장은 한정된 자원의 고갈을 호소한다.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엔트리를 늘려도 짧은 기간 내 144경기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우승팀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정규 시즌 2위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 최고참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이 대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운영도 한정된 자원의 고갈을 호소한다. 자원을 보는 시각이 다를 뿐이다. 현장에서 보는 자원이 선수라면, 운영에서 보는 자원은 돈이다. "정규시즌이 줄면 수익이 준다. 가뜩이나 무관중 경기로 입장수익, 마케팅 수익, 모 기업 지원도 쪼그라들었다. 선수단 연봉은 무슨 돈으로 지급하고, 시즌 후 FA는 무슨 돈으로 잡느냐"며 난감해 한다.

사실상 양시론(兩是論), 양 측 다 맞는 말이다. 입장 차, 시각의 차이일 뿐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건 고통스럽다. 그러나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면 더욱 고통스럽다'는 말이 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는 KBO리그 구성원들에 진퇴양난의 힘든 상황을 툭 던졌다.


개막을 한달 이상 늦췄고, 각 구단이 의존하는 모 기업을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144경기를 다 하자니 경기 질이 떨어지고, 경기 수를 줄이자니 수익이 준다. 위기에 처한 모 기업은 제 코가 석자다. 프로야구단의 줄어든 수익을 보전해줄 만큼 여유가 없다.


2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양재타워에서 KBO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5월 시즌 개막 일정을 논의한다. KBO 정운찬 총재와 10개 구단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도곡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0.04.21/
"프로야구 콘텐츠의 질적 하락"을 우려하는 현장과, "구단 운영비 하락"을 우려하는 현장은 사실 넓게 보면 서로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

콘텐츠의 질이 하락하면 수익적 측면에서도 장기적으로 반드시 손해가 따라 온다. 반면, 당장 형편이 어려운 구단들과 모 기업이 지갑을 닫고 투자를 줄이면 선수단 연봉도 줄고, FA대박도 없다. 장기적으로 콘텐츠의 질적 하락은 불가피 하다. 어느 한쪽 만의 시각으로는 풀 수 없는 악순환 구조인 셈이다.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역지사지가 문제에 현명하게 접근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이럴 때야 말로 솔로몬의 지혜 도출이 필요하다. 입장 차가 다른 현장과 운영은 물론 선수협, 중계권자 등 이해 당사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발전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144경기를 강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콘텐츠 퀄리티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경기 수를 얼마나 줄여야 할 것인지, 단축에 따른 수익 감소 문제는 어떻게 메울 것인지, 메이저리그처럼 줄어든 경기 수만큼 선수단의 연봉을 조정할 것인지, 정규 시즌을 줄이고 포스트시즌을 조정하면 배당금의 보너스 지급을 포기할 것인지, 방송사와 통신·포털은 줄어든 경기수 만큼의 손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 첨예한 현안들을 폭 넓게 논의해야 한다. 예민한 이해관계가 걸린 각 주체들의 양보와 절충이 필요한 민감한 작업이다.

이해 당사자 간 포괄적 논의 없이 각자의 입장만 반복해 주장하는 건 공허하다. 감정적 소모와 갈등의 골만 더 키울 뿐이다.

KBO가 제 아무리 144경기를 사수하려고 해도 시즌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한명만 나와도 리그는 중단이다. 정규 시즌 축소는 불가피 하다. 이 경우 쪼그라든 수익으로 인해 잠복했던 갈등이 증폭될 여지가 있다.

개막 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이해 당사자가 모두 모인 연석회의 개최가 필요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2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양재타워에서 KBO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5월 시즌 개막 일정을 논의한다. KBO회관에 10개 구단 로고가 전시되어 있다. 도곡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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