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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호주 블랙타운과 일본 오키나와를 거쳐 캠프를 마친 LG 트윈스. LG 캠프에는 '여두기'라 불리는 사나이가 있었다. 우완 여건욱(34)이다.
1m85, 92kg의 당당한 체구에 늘 무표정한 얼굴. 남들 다 웃을 때도 절대 웃지 않는다. 오직 야구 하나만 생각하는 진지남. 1986년생, 호랑이 띠다. 무표정한 외모가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인기를 모았던 에이스 강두기를 닮았다. 그래서 붙은 별명, 여두기다. "아, 여두기요? 임찬규가…. 제가 원래 잘 안 웃어요. 모두가 다 웃는 상황에 혼자 안 웃고 그러다보니…"
인생은 때론 역설일 때가 있다. 완벽해 지려는 몸부림이 발버둥 칠 수록 깊이 빠져 드는 늪처럼 내 안에 나를 가둔다. 프로야구 선수가 된지 무려 12년 만에 깨달았다.
광주일고-고려대를 졸업한 2009년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 시작한 프로생활. 부상 등 시련이 많았다. 역경 속에서도 시지프스 처럼 끊임 없이 바위를 밀어올렸다.
어둠을 통과해 본 사람은 한줄기 빛의 소중함을 안다. 아프지 않은 건강한 몸 자체가 희망이자 활력이다.
"과거 캠프에서는 좀 어두웠어요. 하지만 이번 캠프는 제 스스로 재미 있어서 인지 표정이 달랐나봐요. (박)용택이 형이 '너 표정이 밝다'고 하시더라고요. '네, 즐겁습니다' 하니까 '10년 넘어 즐거우면 어떻게 하냐? 향상 즐거워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올해 잘될 거 같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느덧 서른 중반. 강두기 처럼 강한 공으로 승부할 수만은 없다. 스피드 보다 로케이션, 효율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여건욱은 LG의 5선발 후보다.
"화두는 낮게 던지는 겁니다. 직구도 낮은 데서 형성이 되고, 포크볼, 체인지업도 낮은 데서 떨어질 수 있도록요. 투구 개수를 줄여 이닝을 길게 가져가는 데 포커스를 맞히고 있어요. 회전수 등 직구는 괜찮은 편인데 아직 변화구 제구를 더 가다듬어야 합니다."
여건욱의 무표정이 풀린 건 현명한 아내 덕도 있다. 지난해 12월 8일 아내 김유나 씨(28)와 화촉을 밝힌 새 신랑. 결혼하자 마자 캠프에 신랑을 빼앗겼지만 속 깊은 아내는 오직 건강 만을 묻는다. "제가 스트레스 받는다고 생각하는지 야구 얘기는 안하고 오로지 아픈 데 없는지, 다친 데 없는지만 물어봐요. 결혼 하고 제 표정이 밝아진 건 아내 덕도 무시할 수 없죠."
당초 19일 귀국 예정이던 LG는 항공사 운항 중단 예고로 7일 서둘러 귀국했다. 여건욱도 그리웠던 아내를 만났다. 무표정 했던 '여두기'의 표정이 환해졌다. 2020년, 그의 가정과 그의 야구 속에 오래도록 충만할 미소다.
정현석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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