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애들레이드(호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프로에서 10년 넘게 뛴 한 베테랑 선수는 "정말 격세지감"이라며 감탄했다. 처음 입단했을 때까지만 해도 '데이터'란 투수의 구속, 구종, 타율, 상대별 성적 같은 일반적인 기록들 위주였다. 하지만 이제는 신세계가 열렸다. 구단들은 최첨단 데이터 분석 장비를 구비해 끊임 없이 기록을 누적하고, 선수에게 최적의 조언을 해주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데이터분석 파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스포츠사이언스팀을 신설해 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을 모았고, 파트별 담당 코치 외 코디네이터들을 영입해 훈련 중 데이터 활용을 최대치로 한다. 장비 구매에도 신중을 기했다. 롯데는 현재 호주 스프링캠프에 데이터 장비인 '랩소도'를 비롯해 메이저리그에서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초고속 카메라 '엣저트로닉'을 2대나 보유하고 있다. 타자들의 타격 궤도와 스윙 스피드를 측정하는 '블라스트 모션'은 24대나 가지고 있다. '블라스트'는 배트 끝에 붙여 사용한다. 사실상 거의 모든 선수들의 실시간 데이터가 캠프에서부터 끊임없이 누적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롯데는 KBO리그 구단 최초로 '비전 트레이닝'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메이저리거들의 시각 훈련법이다. 롯데가 직접 MLB 구단들과 일하는 업체를 접촉해 계약했고, 현재 호주 캠프에서 매일 선수들의 시각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타자들의 순간적인 타격 능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훈련법이다.
|
데이터 활용에 대한 의지와 금전적 투자는 이제 KBO리그 구단들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관건은 최첨단 장비가 실제로 선수들에게 얼마나 도움을 주느냐다. A 선수는 "예전에는 이런 장비들이 없었다. 사실 이렇게 많은 기계들을 사용하는 것이 조금 생소하기도 하다"면서 "결국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선수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했다. 구단 관계자들도 "데이터 분석 장비는 선수들이 효율적인 훈련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기구다. 선수들 스스로가 차이를 깨닫고, 실전에서 적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소 소극적인 선수들도 있다. 그동안 야구를 해오면서 스스로 느끼고, 감에 의지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데이터에 나타나는 숫자에만 얽매이다 보면, 자신만의 밸런스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런 변화를 반갑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데이터 분석 장비도 구단들끼리의 자존심 싸움이 됐다.
애들레이드(호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2020 신년운세 보러가기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