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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류현진(32·LA 다저스)은 이날 환한 얼굴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손에는 자신이 만든 첫 홈런으로 연결된 공이 들려 있었다.
타석에 있을 때는 '아웃 안 당하고 어떻게 하면 방망이에 맞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 오늘은 낮 경기라서 넘어간 거 같다. 저녁 경기라면 안 넘어가지 않았을까.
-팀이 0-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점을 만든 중요한 홈런을 쳤다.
-홈런을 친 후 베이스를 천천히 돌았는데, 무슨 생각을 했나.
포커페이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웃음). 너무 신나 있으면 투구하는데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내 힘이 좋았다고 말해줬다.
-오늘 홈런 칠 때 누구 배트를 썼나.
벨린저(웃음).
-개인 통산 첫 홈런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는데.
낮경기가 아니었으면 안 넘어갔을 거다. 좋은 홈런이 좋은 승리를 하는 데 계기가 돼서 너무 기쁘다. 7년 동안 정말 안 나왔던 일이 나와서 너무 좋다.
-홈런 친 공은 누가 찾아줬나.
(통역을 쳐다 보며) 얘기해. 누가 받아줬다고? (통역: 경비 요원이다. 팬이 잡았는데, 경비에게 넘겨줬다.)
-투수가 친 홈런 공을 팬이 아무것도 받지 않고 순순히 내줬나?
다른 걸 뭘 드렸다고 한다(웃음). (통역: 다른 다저스 용품을 줬다.)
-처음 타구를 쳤을 때 느낌이 어땠나.
안 넘어가는 줄 알았다. 낮 경기가 좋긴 하다.
-오늘 스스로 투구 내용을 평가한다면.
피홈런 두 개 빼고는 좋았던 경기였다. 첫 번째 홈런을 그렇다 쳐도 두 번째 홈런은 실투였다. 상대 선수가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 타구가 힘 있게 나갔다. 또 한번 실투를 늘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느꼈던 경기다. 그러나 마운드에서 7이닝까지 던질 수 있었던 건 좋았다.
-포수 윌 스미스와 배터리를 이뤘을 때 유독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오늘 홈런을 맞은 상황에서 포수와의 호흡이 영향을 준 부분은 없는지.
두 홈런 다 내가 포수 글러브 위치에 맞게 던졌다면 그런 타구는 안 나왔을 거다. 포수가 그렇게 타깃(target)을 만들어주면 내가 그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홈런을 맞은) 두 개의 공은 내 문제였다.
-스미스와 배터리를 이루는 데 특별히 느끼는 어려움은 없는 건가.
문제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안 좋았던 시기에 때마침 스미스가 포수를 보게 돼서 어떻게 보면 내가 미안하게 생각한다. 호흡이 안 맞거나 그런 부분은 없다. 오늘도 평소와 똑같이 준비했는데 투구 내용이 괜찮았다.
-하필 스미스와 호흡을 맞춘 시기에 성적이 좋지 않았던 점이 부각되고 있는데.
포수가 누군지와는 별개로 내 투구 밸런스가 잘 안 맞았다. 직구가 미스가 많다 보니까 장타도 많이 나왔었고. 그래서 그랬던 거다. 내 투구에 문제가 있었다.
-윌 스미스와 호흡에 문제가 없다고는 했지만, 한 번 정도는 배터리를 이뤘을 때 좋은 결과를 만들 필요가 있지 않았나.
없다. 똑같은 질문 아닌가(웃음). 콜로라도 원정에서 6이닝 무실점한 적도 있고. 똑같은 대답이다. 내가 안 좋았던 게 문제다. 포수는 잘못 없다. 투수가 못 던진 거다.
-정규시즌 등판이 이제 한 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작은 실수도 없이 해야 한다. 중요한 경기가 다가오니까 오늘 같은 실투 없이 던질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야 한다. 그런 것만 없으면 큰 장타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몸 관리 잘해서 잘 준비해야 한다.
-올 시즌 148탈삼진을 기록하며 메이저 리그에 데뷔한 2013년 154탈삼진 다음으로 높은 기록을 세우고 있다.
전혀 몰랐다. 원래부터 내가 삼진을 그렇게 많이 잡는 투수는 아니다. 약한 타구가 나오게끔 제구에 신경 쓰면서 하는 편이다. 그런 기록이 나왔다는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몸이 계속 좋다 보니까 가능했던 거 같다.
-선발 등판이 한 번 더 남은 현재 사이영상 경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진작 포기한지 오래됐다. 진작에 포기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시작할 때부터 목표가 한 시즌을 잘 치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온 것만으로도 지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이영상 수상 여부는) 늘 나중 일이라고 생각했다. 초반에 너무 좋았을 때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마지막 등판은 포스트시즌을 고려해서 투구수나 이닝수를 제한할 수도 있지 않나.
상관 없을 거 같다. 원래 준비하는대로 준비할 계획이다. 물론 얘기는 해봐야한다. 시키는대로 가야한다(웃음).
LA=한만성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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