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13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6회초 KIA 이범호가 교체되어 나오며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7.13/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린 13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KIA 이범호의 은퇴식이 경기 후 열렸다. 선수들이 이범호를 헹가래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7.13/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한때 철인이었던 선수는 부상 이후 '유리몸'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생존형 변화를 연구했고 아무나 근접할 수 없는 프로 생활 20년이라는 긴 역사를 썼다.
이범호가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범호는 1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자신의 프로 인생의 정확히 반-반을 보낸 두팀의 경기에서 영광스럽게 유니폼을 벗었다. 시즌이 한창인 중에 잘 치러지기 힘든, 근래 보기 드문 성대한 은퇴식이었다. 눈시울을 붉힌 이범호는 가족과 동료들, 친구들, 팬들 앞에서 작별과 새로운 시작을 고했다.
이범호의 20년 프로 생활은 변화의 연속이었다. KIA에서 뛰기 시작한 후 격동의 시기를 지냈다. 2011년부터 KIA 유니폼을 입은 그는 30대 전부를 타이거즈맨으로 보냈다. 하지만 30대들어 그의 야구 인생은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범호를 현역 생활 후반기 내내 가장 크게 괴롭혔던 요소가 바로 부상이다. 2011년 8월 경기 도중 햄스트링 파열 부상을 입었다. 그때는 이렇게 후유증이 오래갈 줄 몰랐다. 가장 예민한 부위이기도 한 햄스트링 부상은 걸핏하면 다시 찾아오곤 했다. 615경기 연속 출장을 해내며 '철인'으로 불렸던 이범호지만, 부상 후유증으로 인해 2012년에는 42경기 출장에 그쳤고 이후로도 꾸준한 관리 대상이었다. 성적이 좋지 않을때 팬들은 '유리몸'이라는 비난도 쏟아냈다.
그래서 이범호는 변화를 택했다. 이전보다 주루 플레이가 훨씬 더 약해지고, 전 경기를 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장기에 주력했다. 타격에 더 집중하며 장타력을 늘리고 특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대 장점인 클러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그 결과 2015년 데뷔 후 최다인 28홈런을 터뜨린 이범호는 이듬해인 2016년에 33홈런-108타점으로 개인 최초 30홈런-100타점을 넘는 거포로 거듭났다. 장타율도 3년 연속 5할 이상을 넘겼다.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린 13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KIA 이범호의 은퇴식이 경기 후 열렸다. 이범호가 김주찬과 포옹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7.13/
또 과거에는 젊은 선수로 개인 능력치를 키우는데 집중했다면 후반부에는 팀을 이끄는 리더로 바뀌었다. KIA에서 선수단 주장을 맡은 것은 2014~2016 3년이었지만, 그의 별명은 그 이후로도 '캡틴', '리더'였다. 이범호는 평소에도 프로야구 흥행에 대한 고민이나, 프로 선수로서의 자세 동시에 선수들이 프로답게 지낼 수 있는 복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하는 선수였다. 비록 본인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후배들이 향후 일본이나 미국 같은 해외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을 방법에 대한 연구도 해왔다.
그결과 이범호는 꾸준하지 못하면 결코 이룰 수 없는 통산 2000경기 출장에도 성공했고, 앞으로 쉽게 깨지기 힘들 17개의 만루 홈런(역대 1위)으로 임팩트를 남겼다. 또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첫 우승을 2017년에 비로소 해냈다. 작별에 있어서도 미련을 털어냈다. 이범호는 2016시즌을 앞두고 KIA와 두번째 FA(자유계약선수) 계약(3+1년)을 할때 이미 마지막 2019시즌이 끝나면 후회 없이 유니폼을 벗겠다는 다짐을 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후배들에게 비켜줘야 할 때가 되면 미련 없이 주 포지션 3루가 아닌 1루나 다른 역할도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왔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성대한 은퇴식을 했으니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마지막이었다. 이범호는 이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지도자로서의 새로운 변화를 선택했다. 누군가는 이범호가 김동주나 최 정 등 경쟁자들에 비해 부족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돌아보면 그의 프로 인생 20년은 모든 것을 이룬 시간이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린 13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KIA 이범호의 은퇴식이 경기 후 열렸다. 이범호가 차량을 타고 그라운드를 돌며 인사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