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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38년 역사상 '노송(老松)'이라 불린 레전드는 몇 안된다. 나이 마흔을 넘어서까지 마운드에서 열정을 불살랐던, 그 거룩한 별칭을 처음 얻은 선수는 김용수(59) 전 LG 트윈스 코치다.
사상 처음으로 100승과 200세이브를 넘긴 투수, 두 차례 한국시리즈 MVP, LG 구단 첫 영구결번(41번) 등 굵직한 활약으로 역사를 장식했던 그가 올시즌 LG 홈 개막전 시구에 나선다. 29일 잠실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시즌 첫 경기를 치르는 LG 구단은 '우승 염원'을 담은 개막전 행사를 열기로 기획하고 1990년대 전성기를 이끈 레전드들을 초대했다. 김용수가 시구를 하고, 김동수가 시포, 유지현이 시타를 맡는다. 셋은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들이다. 이들이 25년 만에 한 곳에 모여 뜻깊은 장면을 연출하게 된 것이다.
김용수는 현재 대학 강사로 일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서울대로 출강해 학생들을 가르친다. 물론 수업 과목은 야구다. 서울대 체육관 앞 야구장에서 4시간씩 학생들과 씨름하고 있다. 김용수는 "수강생이 30명 정도인데 야구를 다들 좋아한다. 1학점짜리고 교양 선택이라 단순히 학점 때문이 아니라 뭔가 야외에서 활동한다는 생각으로 오는 친구들이 많다"면서 "아무래도 서투니까 공에 얼굴을 맞기도 하고 흙바닥에 넘어져 다치곤 한다. 학생들과 함께 하니 성격도 변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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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는 "신바람 야구는 팬들이 만들어 주신 거다. 그때는 매일 야구장에 나가는 게 신났다. 나 뿐이 아니었다"면서 "지금은 선수들이 자기 혼자 만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때는 우리는 팀이었다"고 했다. LG는 1994년 우승을 차지한 이후에도 몇 년간 KBO리그의 강자로 군림했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8년 동안 5차례 포스트시즌에 올랐고, 한국시리즈 준우승도 3차례나 기록했다. 소위 '암흑기'는 2003년 시작돼 2012년까지 이어졌다. 그 사이 이광환, 이순철, 김재박, 박종훈, 김기태 등 사령탑만 5번 바뀌었다.
"성적 대한 집착이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결국 성적이 나야 하는데, 유망주들을 키우지 못하고 쓰던 애들만 쓰고 하니 결과가 좋을 리 없었다." 김용수는 쓴소리를 던졌다. 비단 감독 잘못만은 아니다. 그는 팜 시스템의 한계, 트레이드와 FA 영입 등 전력 구성 부분서 구단의 시행착오도 컸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선수 이름을 들었다. 그는 "박병호 김상현 정의윤, 작년에는 강승호가 있었다"며 "병호에게 좀더 기회를 줬으면 분명 여기에서 컸을 것이다. 하지만 한 두번 타석에 내보내고 못하면 바로 빼니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병호가 LG에서 홈런왕 되고 그랬으면, 여기 분위기가 어땠을까 상상이 안된다"며 "상현이 같은 경우 수비가 안돼 보낸 걸로 알고 있는데, 거기(KIA) 가면서 바로 홈런 치고 하지 않았나. 결과론이지만 좀더 기다줬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용수는 여전히 LG의 전통이고 스스로 적자라고 자부하고 있다. 당연히 애정은 지금도 차고 넘친다. 올시즌 예상 성적을 물었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젊은 투수중 몇 명은 눈에 띈다. 일단 시작이 좋으니(인터뷰 당시 LG는 개막 3연승중이었다) 기대도 된다. 우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고 실제 우승 전력에 관해서는 3년을 내다봤다. 그는 "지금 분위기로 간다면 3년 안에 진짜 우승을 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용수는 선수, 코치 시절 말수가 적었다. 목소리도 크지 않았다. 지금은 딴 판이다. 그는 "떠난 뒤 해설을 하면서 말문이 트였다. 지금은 학생들 상대로 소리도 지르고 하니까. 내가 생각해도 많이 바뀐 것 같다"며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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