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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회장이 없는 결과는 참혹했다. 지난 FA시장에서 양의지가 125억이란 역대 FA 최고액을 받고 NC 다이노스로 이적했고, 이재원과 최 정(이상 SK 와이번스)도 FA 대박을 터뜨렸지만 다른 선수들은 보상 선수문제로 인해 원 소속구단과 예상외로 적은 액수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 계속 논란이 됐던 FA 보상 제도를 손봐야 하지만 선수협에서 회장이 없다보니 KBO와 제대로 협상을 못했다. 모두가 회장이 있어야한다고 공감을 하지만 아무도 동료를 위해, 선후배를 위해 나서겠다고 마음을 먹지 않았다.
결국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가 봉사를 해야한다는 취지로 팀 당 연봉 3위 이내의 선수들이 자동으로 후보가 됐다. 정견 발표도 없다. 자동으로 후보가 됐는데 회장이 된다면 어떤 마음으로 회장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도 못하고 선수들이 투표를 해야한다. 30명 중에 현안에 대해 제대로 관심이 있는 선수가 몇명이나 되는지도 모른다. 이런 '깜깜이 투표'가 어디있을까. 초등학교 학급임원 선거도 이렇게는 안한다.
이번 회장 선출 방식은 그야말로 '나만 아니면 돼'이다. 30명 중에 당선되는 이는 그야말로 떠밀려 회장이 된다. 득표율이 얼마나 될지도 모른다. 그 회장이 해야할 일은 너무나도 많다. 수많은 선수들의 고충을 들어서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그 중엔 현실성이 없는, 팬들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이를 잘 판단해야 한다. 이호준 회장이 사퇴한 것은 선수들의 메리트 금지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려다가 무리수를 뒀기 때문이었다.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해야하는 회장이다. 회장 뽑아놓고 불만만 표출하지 말고 이번엔 선수들이 회장을 도와 하나로 똘똘 뭉쳐 KBO와 협의를 해 KBO리그를 더 좋게 만들기를 바랄 뿐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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