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선수들의 슬로우 페이스, 비활동기간 준수 탓일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9-02-27 10:32


요미우리와 연습경기 중인 삼성 선수들. 삼성라이온즈 제공

"페이스가 더디다."

국내 프로야구단이 훈련 중인 일본 오키나와 캠프지. 지도자들 마음이 급하다.

할 일은 많은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상기후로 수시로 장대비가 온다. 실내구장이 있는 삼성 같은 팀은 그나마 양반이다. 실외 구장만 있거나 떠돌이 팀들은 꼼짝없이 개점휴업이다. 울상이다. 진도를 빼기 힘든 상황인데 선수들의 페이스도 더디다.

그러다보니 일본 팀과 제대로 된 평가전이 이루지지 않는다. 캠프 중반부터 시작하는 일본과의 평가전은 번번이 대패다. 한화는 11일 주니치와의 첫 연습경기에서 0대18로 대패를 면치 못했다. 삼성도 16일 요미우리와의 평가전에서 1대11로 크게 졌다.

어느 정도 페이스가 올라온 2월 말쯤 돼야 그나마 대등한 경기가 펼쳐진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훈련중인 두산은 23일 오릭스에 4대14로 크게 패했다. 하지만 26일 구춘대회 첫 경기에서는 세이부에 2대0으로 승리했다. 이번 전지훈련을 통틀어 한국 프로팀의 첫 승이었다. 같은 날 오키나와에서 KIA는 요코하마를 맞아 최형우의 홈런 등으로 초반 10-0으로 크게 앞섰으나 불펜이 무너지며 12대12로 아쉽게 비겼다.


26일 일본 오키나와 우루마시 이시카와구장에서 LG 트윈스 선수단이 스프링캠프 훈련을 펼쳤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류중일 감독. 오키나와(일본)=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2.26/

두산베어스 제공

23일 일본 오키나와 킨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스프링캠프 훈련을 펼쳤다. 몸을 풀고 있는 KIA 선수들. 오키나와(일본)=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2.23/
한국팀들은 일본 프로팀과의 평가전만큼은 어지간하면 세게 붙는다. 가능한 베스트 멤버를 총출동 시킨다. 배울게 있고, 자존심도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캠프 실전 초반에는 번번이 크게 패한다. 기본 실력 차를 떠나 선수들의 몸 만드는 속도의 차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비 활동 기간 준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심심치 않게 "자율훈련 기간 엄수 이후 준비가 덜 돼서 오는 선수가 많다"고 지적한다. 결과를 놓고 보면 부인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최소 1월 중순부터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팀에 합류해 사실상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현재는 보름 이상 늦게 팀 훈련이 시작된다. 비 활동기간 준수 탓만 할 수는 없다. 미국 일본 등 야구 선진국 선수들도 우리와 같다. 자율훈련으로 몸을 만들어 팀에 합류한다.

일본 선수들과의 차이는 자율훈련의 효율성과 책임감에서 나온다. 체계적인 몸을 만드는 데 있어 노하우도 부족하다. 자율훈련에는 돈도 든다. 상대적인 저 연봉자가 불리한 구조다. 때문에 저 연봉 비주전급 선수에 대한 배려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한 장치가 자칫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 활동기간 엄수에 대한 여러가지 엇갈린 시선. 결국 과도기적 문제로 봐야 한다. 선수 개개인은 직업 선수로서 조금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아직까지 완전한 의미의 '자율'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 구단과 선수협은 저연봉 선수를 위한 배려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25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한화가 삼성에 15대 2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한화 선수들. 오키나와(일본)=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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