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드래프트제 외치는 NC, '상생' 뜻부터 배워라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12-27 08:00



NC 다이노스 김종문 단장은 지난 6월 25일 KBO리그 신인 1차 지명 회의에서 '상생'을 언급했다.

김 단장은 1차 지명 박수현에게 유니폼을 입힌 뒤 "(1차 지명으로) 연고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상생하는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면 드래프트제 부활. 김 단장이 말한 상생은 10개 구단이 전국을 무대로 선수를 지명하는 평등을 뜻하는 것이었다.

전면 드래프트제는 우수 인재들의 수도권 집중, 그로 인한 유망주의 질적 차이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0년 도입됐다. 하지만 프로팀의 지역 아마 야구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비판 속에 네 시즌 만에 폐지된 바 있다. NC가 전면 드래프트제 부활을 언급한 뒤 신인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온 비수도권 팀 일부가 동조하면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전면 드래프트제가 진정한 상생의 길일까.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성장한 KBO리그에서 전면 드래프트를 다시 도입하는게 과연 옳은가에 대한 의문부호가 끊이지 않는다. '투자를 통한 경쟁'이라는 프로의 기본 전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미 한 차례 실패한 제도를 다시 도입하는 것은 결국 프로-아마의 공멸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과연 전면 드래프트제 부활 만이 상생의 길일까. 10개 구단 스스로 밑바닥을 다지는 '팜 성장'을 고민해 볼 만하다. 수도권 학교 못지 않은 뛰어난 시설과 지원을 통해 우수 선수를 양성하고, 프로에서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지역 연고제를 택하고 있는 프로팀은 충분히 고려해야만 하는 가치다.

KBO리그 팀들은 매년 지역 연고 학교에 정기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용품 지원, 이벤트성 대회에 머물고 있다. 지역 연고제를 시행 중이면서도 정작 지역 야구 육성에는 미흡했다는게 아마계의 오랜 불만이었다. 프로에선 아마에서 우수 인재를 육성하지 못하는 여건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프로-아마가 손을 잡는 '팜 성장'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가까운 K리그가 좋은 예다. 비수도권팀들이 우수 인재를 선발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일찍이 겪었다. 하지만 포항 스틸러스(포철고), 전남 드래곤즈(광양제철고) 등이 지역 고교팀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우수 인재를 배출하기 시작하면서 공기가 바뀌었다. 이제는 지역 유스팀을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거나, 막대한 이적료를 친정팀에 안기고 해외로 진출하는 예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2014년 포항에 K리그 최고 이적료(총액 95억원)를 안기며 해외에 진출한 이명주나, 유스팀 충남공고를 거쳐 대전 시티즌에 입단, 벤투호에 합류해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출전을 앞둔 황인범이 '풀뿌리 축구'를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다.

물론 팜 성장이 당장 성과를 가져다주진 않는다. 선수들이 온전히 성장할 수 있는 시설과 여건을 갖출 수 있는 비용, 성장의 경험을 쌓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볼 땐 우수한 지역 인재를 육성해 활용함으로써 지역 연고의 의미를 살림과 동시에 드래프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인재를 키워 쓰는 탄탄한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연고 지역과의 상생은 단순히 관중몰이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연고팀을 바라보며 구슬땀을 흘리는 어린 선수들에게 프로 입문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을 주는 구단이 되는 게 진정한 '상생'의 첫 걸음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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