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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베테랑 냉대'는 예외가 없다.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가장 소외받는 선수는 단연 나이가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다. 이미 정규 시즌이 끝난 후부터 KT 위즈, 한화 이글스, KIA 타이거즈 등 다수 구단이 베테랑들을 위주로 선수단 정리에 들어갔다. 냉정하게 봤을때 미래 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선수들을 칼같이 정리했다.
보통 34~35세 이상 선수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박용택처럼 구단에 특별한 상징성이 있는 선수가 아니라면, 더더욱 갈 곳이 없다. 이번 FA 공시를 앞두고도 몇몇 베테랑 선수들은 구단으로부터 "FA 선언 하지 말고 재계약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보상금, 보상 선수 등의 문제로 어차피 타 구단 오퍼를 받기 쉽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선언을 포기한 선수들도 있다.
이번 시즌 도중 KBO 10개 구단 이사회가 등급제를 포함한 FA 제도 개정에 합의했지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의 반대로 합의가 미뤄졌다. 선수협이 가장 크게 반발한 부분은 4년 총액을 80억원으로 제한하는 FA 상한선이었다.
하지만 80억원 상한선은 말 그대로 대어급 선수들에게만 아쉽지, 그렇지 못한 선수들이 다수다. 만약 올해 합의점을 찾았다면 등급제와 FA 취득 기한 1년 단축이 적용됐을 것이다. 80억원 이상을 받을만 한 선수의 숫자보다, 등급제와 기한 단축으로 혜택을 봤을 선수들이 더 많다. 그중에서도 나이가 많은 선수들은 한번의 선택으로 자칫 강제 은퇴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예전에는 FA 미아가 되거나, 방출된 베테랑 선수들에게 손을 내미는 구단들이 많았지만 지금 분위기는 아니다. 구단들은 더욱 냉정해졌고, 손익 잣대를 까다롭게 따지고 있다.
KBO 이사회는 FA 제도와 관련해 내년에 다시 한번 심도있는 토의를 할 예정이다. 더 많은 선수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보고, 구단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서 몸값 거품을 제거하는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선수협의 생각도 분명히 달라져야 결론이 날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