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실감한 롯데 나종덕, 묵묵히 흘리는 굵은 땀방울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11-21 08:00


◇올 시즌 부진한 활약에 그쳤던 나종덕은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를 통해 반전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캐치볼 중인 나종덕.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야구를 시작한 뒤 이렇게 못한건 올해가 처음이에요."

롯데 자이언츠 포수 나종덕(22)은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봤다. 주전 도약이라는 꿈을 이뤘지만, 기대치에 걸맞지 않는 활약 속에 비난의 화살을 맞으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던 모습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나종덕은 올 시즌 106경기에서 포수마스크를 썼다. 타율은 1할2푼4리(177타수 22안타), 2홈런 11타점에 그쳤고, 수비에선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강민호(현 삼성 라이온즈)의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프로 2년차 포수에게는 너무 버거운 짐이었다. 롯데는 올 시즌 내내 '포수 불안' 지적을 받았다. 안방을 책임지는 나종덕에겐 달갑지 않은 평가. 그러나 스스로 부진했기에 입술을 깨물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냉정한 평가였다.

양상문 롯데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나종덕을 포함시켰다. 직접 기량을 확인하고 평가하겠다는 의지였다. 나종덕의 두 손바닥은 마무리캠프에서 엉망이 됐다. 곳곳이 벗겨진 피부가 아물고 다시 상처나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나종덕은 매일 기본 일정 뿐만 아니라 조기-보충 훈련까지 자청하며 배트를 돌리고 그라운드를 뒹굴고 있다. '사진 촬영' 요청에 혼쾌히 손바닥을 내보였던 나종덕은 곧 게재에 난색을 표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나종덕이) '나 뿐만 아니라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동료들 모두 비슷한 상황인데, 쑥쓰럽다'고 하더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나종덕은 "마무리캠프 합류 전 '모든걸 버리고 처음부터 시작하자'고 마음 먹었다"며 "올 시즌처럼 야구를 못한게 처음이다. 1군에서 좋은 경험을 했지만, 실수가 잦아지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다보니 심적으로 힘들었던게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아무리 잘쳐도 다음날 안되는데 타격 같더라. 타격감 유지가 얼마나 힘든지 실감했다"며 "부진 탈출을 위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마무리캠프 참가 뒤 내 약점을 어떻게 보완해 나아가야할 지, 어떤 타격이 좋은 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비를 두고도 "마무리캠프 초반 포구 실수가 많아 스트레스가 컸다. 최기문 코치에게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고 요청했고, 아침-저녁 보강 훈련을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감을 키우고자 하고 있다. 투수는 나를 믿고 공을 던지는데 내가 불안해하면 믿음을 갖기 어렵고 투구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다. 말로 '미안하다'고 해봤자 소용이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야구장 바깥에서도 나종덕은 진화하고 있다. 롯데 코칭스태프들은 '(나)종덕이 성격이 엄청 바뀌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나종덕은 "내성적인 편이었는데, 짧은 한달 동안 코치님 덕에 정말 많이 바뀌었다. 힘들때 파이팅을 외치며 스스로 힘을 내고자 하고 있다. 그것 하나하나가 바뀌어 가는 부분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한 롯데 포수진, 나종덕은 마무리캠프 이후 휴식 시간도 아까워하는 눈치다. 나종덕은 "마무리캠프에서 열심히 몸을 만들고 돌아가는데, 이후 휴식 시간이 너무 아깝다"며 "개인 훈련 등으로 어떻게든 감각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시즌 코치님들께 '(감각을) 잘 유지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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