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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핫포커스] 힐만, 로이스터 전철 밟을까 아니면 새 역사 쓸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11-01 08:10


2018 KBO리그 넥센과 SK의 PO 2차전이 28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5-1로 승리한 SK 힐만 감독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0.28/

트레이 힐만 감독.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전철을 밟은 것인가, 아니면 외국인 감독의 새 역사를 쓸 것인가.

SK 와이번스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SK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손쉽게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손에 넣는 듯 했지만,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3, 4차전에서 연패를 하며 최종 5차전까지 몰리게 됐다.

마지막 5차전, SK를 이끄는 트레이 힐만 감독에게 매우 중요한 경기가 됐다. 힐만 감독은 이미 이번 포스트시즌을 끝으로 한국을 떠나겠다는 선언을 한 상태. 한국시리즈 진출과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한다.

우승 여부를 떠나, 한국시리즈 진출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KBO리그 외국인 감독으로서의 새 역사를 쓰기 때문이다.

힐만 감독은 KBO리그 두 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첫 번째 외국인 감독은 2008년부터 3년간 롯데 자이언츠를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노 피어'를 외치며 화끈한 공격 야구로 침체에 빠져있던 롯데 야구에 신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약점이 있었다. 단기전. 정규시즌 팀 분위기와 경기력을 바꾼 공로는 크게 인정됐으나, 3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다음 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2008년 삼성 라이온즈와의 준플레이오프 3연패, 2009년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승 후 3연패, 2010년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연승 후 3연패를 당했다. 2010년 당시 2연승을 거둬 '이번에는 됐다'라는 기쁨이 만연했던 가운데, 리버스 스윕을 당하며 로이스터 감독은 재계약에 실패하고 말았다.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단기전 세밀한 경기 운용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임기응변에 약했다. 정규시즌과 다름 없이 정규시즌 기용한 주축 선수들만 고집스럽게 투입했다. 선수 컨디션을 살피거나, 상대 라인업에 따른 공-수 조화 등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단기전 패배로 이어졌다.


◇롯데 감독 시절 로이스터.  스포츠조선DB
힐만 감독은 로이스터 감독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데이터를 매우 중시하고, 직감보다는 철저한 분석으로 라인업을 만든다. 그래서 이번 단기전 힐만 감독의 SK 야구가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1차전 우투수 상대 우타자 2루수 강승호 카드가 대성공하며 기대를 충족시켜줬다. 힐만 감독은 강승호가 좌투수보다 우투수에 더 강한 모습을 보이는 걸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패한 경기들에서는 실수도 나왔다. 4차전을 돌이키면 앙헬 산체스 투입 시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산체스는 이번 플레이오프 SK의 가장 강한 불펜이다. 5회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딱 1이닝만 소화했다. 0-2로 밀리던 SK는 6회 상대에 쐐기 2점을 줬다. 힐만 감독은 3차전에 이어 연투를 하게 된 산체스를 보호하구 위해 1이닝만 던지게 했다고 했는데, 1이닝만 쓸거였으면 다른 불펜들을 투입하다 최대 위기 상황서 힘으로 누르는 그림을 그렸어야 했다. 이닝이 많이 남아있는 5회, 선두타자가 9번타자인 상황서 굳이 산체스를 먼저 낼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 부호가 붙는다.


주전 포수 이재원이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빠졌는데, 교체 포수를 허도환으로 선택한 것도 결과적으로 아쉬운 선택이었다. 6회 상대 스퀴즈 번트 수비 상황에서 3루수 나주환이 치명적 실책을 저질렀는데, 허도환이 주자를 몰다 너무 늦게 나주환에게 공을 던져 스텝이 꼬이게 한 게 치명타였다. 일단, 수비가 좋은 이성우를 넣고 추후 공격에서 이성우에 찬스가 걸리면 그 때 대타를 쓰고 다음 수비에 허도환을 넣는 게 더 나은 순서일 수 있었다.

과연 힐만 감독은 5차전 승리로 로이스터를 뛰어넘는 KBO리그 외국인 감독으로 이름을 남기게 될까, 아니면 로이스터의 전철을 밟게 될까. 만약, 힐만 감독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다면 한동안 외국인 감독은 단기전에서 약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밖에 없게 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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