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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낱같은 5강 진입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그 중심에 '마당쇠' 구승민(28)이 있다.
프로 6년차 구승민은 올 시즌 '커리어 하이'다. 55경기에서 6승3패11홀드, 평균자책점 3.43이다. 지난해까지 1군 통산 출전 기록이 12경기(2패, 평균자책점 10.01)에 불과했지만 올 시즌 롯데 불펜의 '믿을맨'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반전의 핵심은 제구다. 구승민은 그동안 150㎞ 초반의 강속구를 뿌리지만 제구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구속을 늦추면서 컨트롤에 신경을 쓴 결과 올 시즌 롯데 불펜에서 가장 강력한 투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스스로의 성장도 호투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군 제대 후 2군 생활을 통해 구속 욕심을 내려놓고, 1군으로 올라온 뒤에도 송승준, 손승락 등 선배 투수들의 조언 속에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면서 매 경기 호투를 거듭하고 있다.
구승민의 호투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복잡하다. 군 제대 후 비로소 꽃을 피운 구승민의 투구는 찬사를 받을 만하지만, '궂은 일'을 마다할 수 없는 팀 사정에 성장세가 꺾일 수도 있다는 것. 지난 시즌 후반기 연투를 거듭하며 롯데의 가을야구에 힘을 보탰던 박진형이 올 시즌 부진한 모습은 이런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최근 들어 나오는 구승민의 연투가 내년 시즌 활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정작 구승민 본인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구승민은 "매 경기 나설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며 "궂은 일도 아프지 않아야 할 수 있다(웃음). 나 스스로 체력-정신적으로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어떤 상황이든 신경쓰지 않고 마운드에 서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팀의 믿음, 마운드에서 얻는 결과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다.
총력전 중인 롯데 불펜, 구승민이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구승민의 마음 속엔 '오늘'만이 존재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