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히어로즈 프로 2년차 좌완투수 이승호(19)가 데뷔 첫 선발 기회에서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준 투구였다.
장 감독과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는 이승호에게 장기적 관점에서 선발 요원으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140㎞ 중후반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좌완투수인데다 변화구의 제구력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수술 후 첫 시즌이라 투구수를 조절해야 했다. 그래서 시즌 초반부터 중간계투로 짧게 던지게 하면서 1군 경기 경험을 쌓는 데 주력했다.
그 과정을 거치며 이승호는 점차 투구수를 늘려갔고, 승부 감각도 쌓아나갔다. 결국 시즌 막판 선발 공백이 생기자 가장 먼저 등판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넥센 벤치의 착실한 준비가 맺은 결실이라고 볼 수도 있다.
4회에 일격을 허용했다. 지나친 조심성이 오히려 화가 된 케이스.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투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아놓고, 연속 3개의 볼을 던졌다. '맞으면 안된다'는 강박이 이전까지 부드럽던 투구 폼을 딱딱하게 만들며 릴리스 포인트가 흔들렸다. 결국 6구째 144㎞ 직구가 약간 높게 뜨는 바람에 김재환에게 솔로 홈런을 내줬다. 그래도 이후 세 타자를 삼진 1개를 곁들여 범타 처리하며 2-1 리드를 유지했다.
그러나 투구수가 70개를 넘긴 시점에서 제구력이 또 흔들렸다. 어느 정도는 예상된 결과다. 원래 장 감독도 이승호의 한계 투구수를 80개 정도로 봤다. 5회초 선두타자 이흥련을 유격수 직선타로 잘 잡았지만, 류지혁에게 사구를 던졌다. 체인지업이 손에서 빠지며 헬멧 쪽으로 날아간 결과. 악력이 풀리면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이후 류지혁의 도루로 된 1사 2루에서 정수빈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짧은 안타라 홈 승부도 가능했지만, 하필 이날 넥센 선발 좌익수는 어깨가 약한 고종욱이었다. 다이렉트 송구를 못해 유격수에게 중계 플레이를 하는 사이 류지혁이 여유롭게 홈에 들어와 동점을 만들었다.
이승호의 첫 선발 경기는 여기까지였다. 정수빈에게 안타를 맞으며 투구수가 79개, 한계치에 도달했다. 나이트 코치가 나와 이승호를 격려하며 윤영삼과 교체했다. 윤영삼이 이닝을 잘 막아 결국 이승호는 이날 최종 기록을 4⅓이닝 2안타(1홈런) 4사구 2개, 4탈삼진 2실점으로 마감했다. 100점까지는 아니어도 80점 이상은 충분히 받을 만한 성적이다.
고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