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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버스 샘슨이 29일 경기에 앞서 팬들에게 친철하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잠실=박재호 기자 |
연일 이어지는 살인적인 더위. 프로야구도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9일 한화 이글스-두산 베어스전이 열린 잠실구장. 이날 서울 낮 최고기온은 섭씨 36.7도를 돌파했다. 경기시작 2시간 30분전인 오후 3시 30분. 잠실구장 선수단 출입구 앞은 인산인해였다. 사인지와 유니폼을 챙겨들고 원정팀 한화 구단버스를 기다리는 팬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자 팬들이 우르르 몰렸다. 살을 에는듯한 햇살이 내리쬐는 상황에서 한화 선수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사인응대를 했다. 이때 유독 많은 팬들의 사인 공세와 사진 세례를 받는 선수가 있었다.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27)이었다. 옆에서 사인을 해주던 포수 최재훈이 사인을 마치고 들어간 뒤에도 샘슨은 계속 사인을 하고 있었다. 샘슨은 상당수 팬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준 뒤 환한 미소를 지으며 구장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대 이상의 실력 뿐만 아니라 인성도 좋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샘슨은 사람이 그렇게 순할 수가 없다.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슴같다. 착하다. 동료들에게 신망도 두텁다. 팬서비스를 성심성의껏 잘하는 것은 좋은 인성과 프로의식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샘슨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아내의 출산을 위해 미국으로 휴가를 떠났다. 하지만 출산이 늦어졌다. 샘슨은 팀사정을 고려, 출산을 지켜보지 않고 한국으로 향했다. 팀이 처한 상황을 잘 알기에 어렵게 내린 결단이었다. 한화 구단은 샘슨의 결정에 크게 감동 받았다.
한화는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2위 SK 와이번스에 1게임 차 뒤진 3위다. 후반기 마운드의 축은 샘슨과 새로 영입한 데이비드 헤일, 두 외국인 원투펀치다. 위력적인 1선발은 여전히 샘슨 몫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