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투수전도 재미있다, 1대0 승부의 매력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7-26 10:39


삼성 라이온즈 팀 아델만은 25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올시즌 4번째 1대0 경기였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아주 대단한 투수전(A great pitching duel).'

압도적인 두 선발투수간 맞대결을 두고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명품 투수전'이란 말도 통용된다. 물고 물리는 화끈한 타격전도 재미있지만, 한 점을 놓고 벌이는 팽팽한 투수전도 기분좋은 긴장감을 유도한다. 야구에서는 1대0 승부가 흔치 않다. 승부가 갈릴 수 있는 최소의 득점 매치는 이것 밖에 없다. 무실점으로 막은 승리 팀도 대단하지만, 1점을 줘 안타깝게 패한 팀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1대0 승부는 분명 매력있다. 지난 25일 잠실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시즌 11차전은 모처럼 1대0으로 종료됐다. 3회초 1사 3루서 박해민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뽑은 삼성이 승리했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삼성 선발 팀 아델만이다. 7이닝 동안 4안타를 내주고 무4사구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시즌 6승을 거뒀다. 43일만에 승수를 추가한 아델만은 연봉 105만달러에 걸맞는 에이스의 모습을 비로소 찾았다. 아델만은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투구폼을 가다듬으며 밸런스 안정에 신경썼다고 한다.

아델만과 치열한 투수전을 펼친 LG 임찬규의 호투도 빛났다. 6⅓이닝 동안 7안타를 내주고 1실점을 기록했지만, 패전을 안았다. 임찬규로서는 한 점도 뽑지 못한 타선을 원망할 수도 있지만, 사실 선발투수간 승부에 있어서는 "상대의 피칭이 더 좋았다"고 받아들이는 게 맞다.


넥센 히어로즈 최원태가 지난 4월 1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9이닝 1실점 완투패를 당할 당시 8회 최준석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올시즌 1대0 승부는 앞서 3번 나왔다. 4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NC 다이노스는 넥센 히어로즈를 1대0으로 이겼다. NC 선발 정수민이 8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승리, 넥센 최원태는 9이닝 2안타 1실점으로 완투패를 안았다. 넥센은 8회초 1사 1,3루에서 노진혁의 스퀴즈번트로 결승점을 뽑았다. 재밌는 건 당시 번트는 벤치 사인이 아닌 노진혁의 판단이었다는 점이다.

6월 30일 수원서 열린 경기에서는 KT 위즈가 NC를 1대0으로 눌렀다. 이 경기는 우천으로 6회 콜드게임이 선언됐다. 정규 9이닝 경기는 아니었지만, KT 선발 고영표는 5⅔이닝 무실점으로 완봉승, NC 선발 이재학은 5이닝 1실점으로 완투패가 각각 주어졌다. 경기 시간은 올시즌 최단인 1시간 22분이 걸렸다.

7월 20일 대구 경기에서는 한화 이글스가 최진행의 솔로홈런을 앞세워 삼성을 1대0으로 물리쳤다. 당시 삼성의 패전투수가 바로 아델만이다. 7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부활을 알린 아델만은 6회초 선두타자 최진행에게 몸쪽 143㎞ 투심을 던지다 좌월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한화는 선발 김민우가 6⅓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거뒀고, 이어 불펜투수 4명이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경기 시간은 의외로 긴 3시간 12분이 걸렸다.

이처럼 1대0 승부는 짜릿함을 선사하지만, 감독으로서는 경기 내내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25일 LG 류중일 감독은 4차례의 스코어링 포지션 기회가 있었음에도 적시타 하나가 나오지 않자 고개를 뒤로 젖히며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KBO리그가 출범한 1982년부터 지금까지 1대0 경기는 348차례 있었다. 주목할 것은 이 가운데 무실점 완투, 즉 1대0 완봉승 투수는 몇 명 있었냐는 것이다. 총 117명이다. 투수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1대0 완봉승'과 '1안타 완봉승' 중 무엇이 더 어려울까. 대부분의 투수들은 1안타 완봉승이 더 어렵다고 했다. 무안타 완봉승, 즉 노히트노런이 2016년 6월 30일 두산 베어스 마이클 보우덴까지 14명 밖에 안나왔는데, 1안타 완봉승도 노히트노런 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관한 공식 집계는 없지만, 1대0 완봉승보다는 적다는 게 KBO의 입장이다.

1대0 승부는 아니지만 역대 최고의 투수전으로 꼽히는 경기가 있다. 최동원과 선동열의 전설적인 연장 15회 완투 대결이다. 1987년 5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두 레전드는 똑같이 15이닝을 던지며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선동열이 232개, 최동원이 209개의 공을 던지며 명승부를 연출했다. 그보다 1년 전인 1986년 7월 27일 인천에서는 15회 연장 완봉 무승부 경기가 있었다. 해태 타이거즈 차동철과 청보 핀토스 김신부가 나란히 연장 15회까지 한 점도 주지 않고 완투를 한 것이다. 결과는 0대0 무승부. 역대 최고의 투수전으로 꼽히는 이 경기는 양팀 선발이 모두 무실점 완투를 하고도 승리를 하지 못한 유일한 사례다.

어떤 유형이 됐든 투수전으로 펼쳐지는 경기는 시간도 절약되고 1점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찜통 더위에 지친 선수들이나 팬들을 위해 1대0 승부가 좀더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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