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잃은 넥센, '불펜 운영의 묘'를 찾을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7-19 11:57


2018 KBO리그 LG와 넥센의 경기가 18일 고척스카이돔서 열렸다. LG가 8-7의 승리를 거두며 넥센전 8연승을 이어갔다. 반면 LG전 8연패에 빠진 넥센 이택근, 박병호 등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7.18/

앞문은 거대한 성벽처럼 견고하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허술한 빈틈이 커져만 간다. 넥센 히어로즈의 불펜이 점점 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 본질을 어디서 찾아야 할 지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불펜 투수들의 역량이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불펜 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하는 것인가.

넥센은 지난 18일 고척 LG전에서 후반기 첫 승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렸다. 선발 투수 제이크 브리검이 6회까지 3실점으로 건실하게 막아줬고, 중심타선에 배치된 마이클 초이스와 장영석이 2개의 2점 홈런을 합작하며 역전과 점수차 벌리기까지 순조롭게 이뤄냈다. 브리검이 마운드를 지킬 때 6-3 리드. 7회는 좌완 오주원이 LG 상위 좌타자를 막기 위해 올라와 1이닝을 공 11개만 던지며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여전히 6-3 리드라 8, 9회만 막으면 후반기 첫 승을 따내며 승률 5할 고지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8회부터 스텝이 꼬였다. 이천웅(대타 양석환)-박용택-김현수의 강타선을 11구로 퍼펙트 처리한 오주원을 내리고 8회와 동시에 김동준을 투입한 게 재앙의 발단이 되고 말았다. 애초 넥센 장정석 감독과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의 계획은 좌완 오주원으로 LG 좌타자를 막고, 가르시아부터 시작되는 우타라인은 김동준으로 막은 뒤 9회를 김상수로 끝내려던 것으로 보인다.


2018 KBO리그 넥센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넥센 마무리 김상수가 9회초 1사 1,3루에서 SK 로맥에게 역전 쓰리런 홈런을 허용하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7.04/
하지만 이는 장 감독이 스스로 밝힌 후반기 불펜 운용 계획과는 다소 맞지 않는다. 장 감독은 지난 17일 후반기 첫 경기를 앞두고 "전반기에는 다소 조심스럽게 불펜을 운용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승리를 위해 힘을 집중하겠다. 좌우 상대를 굳이 따지지 않고 강한 투수를 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1이닝 이상을 던지게 할 수도 있고, 연투를 시킬 수도 있다"며 불펜 운용방법의 변화를 언급한 바 있다. 50경기 남짓 남은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순위싸움에 돌입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팀의 약점이 불펜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살리기 위한 운용의 묘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때문에 오주원의 교체 타이밍은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전반기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운용법이기 때문이다. 결과론을 떠나 새롭게 다짐한 운용법이 적용되지 않은 점은 다소 의문스럽다. 그렇게 투입된 김동준은 결국 순식간에 2안타(2루타 1개) 1사구로 무사 만루위기를 만들고 말았다. 불과 10구만에 벌어진 일이라 벤치가 손쓸 시간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무사 만루에서 꺼내든 마무리 김상수의 조기투입은 결국 핀치에 몰린 넥센 벤치의 당혹감만을 보여줬다.

이날 패배로 넥센은 벌써 8번째 역전패를 기록했다. 리그 전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그만큼 뒷문 불안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도 벌써 3번이나 졌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5위 이상은 언감생심이다. 어차피 선수를 당장 바꿀 수 없다면 있는 전력으로 최상의 결과를 조합해내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운용의 묘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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