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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가 19일 광주 SK 와이번스전에서 낸 라인업은 파격 그 자체였다.
최형우 이범호 정성훈 김선빈 김민식 등 전날 승리를 이끌었던 주전 5명이 빠진 라인업이었다. 4번엔 나지완이 들어갔고, 최정민(2번-중견수) 김주형(6번-3루수) 황윤호(7번-유격수) 백용환(8번-포수) 유재신(9번-좌익수) 등 주로 백업으로 나섰던 선수들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라인업으로 2대1의 승리를 거뒀다. 황윤호 유재신 등의 활약으로 2점을 뽑아내며 승리할 수 있었다. 부진했던 헥터 노에시가 9이닝 동안 4안타 1실점의 완투를 하며 1점차 리드를 지켰다.
몸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면서 출전 기회가 별로 없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 것인데 그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이 한경기가 올시즌 KIA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만큼 영향이 컸다.
최형우 이범호 김선빈 등은 경기 막판 대타로 나와 타격감을 조율했다. 체력을 아껴 20일 낮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을 만들었다. KIA는 주전 9명이 확실해서 이들의 출전 시간이 많다. 당연히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이렇게 한번 쉬는 것이 오래 뛰는 데 도움이 된다.
유재신과 황윤호 최정민 등은 최고의 좋은 공을 뿌리는 김광현을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며 자신감을 얻었다. KIA는 주전과 벤치멤버의 실력차가 크다고 평가받는다.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조금씩 그 격차를 좁히고 있다. 이렇게 긴장감 높은 경기에서 에이스급 투수를 상대로 안타를 치는 것과 승패에 영향이 없는 상황에서 상대의 추격조 투수의 공을 치는 것과는 그 집중력이 다르고, 안타를 쳤을 때의 자신감도 달라진다. 백업 선수들의 타격이 좋아진다면 KIA는 좀 더 주전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줄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전력층이 두터워진다.
헥터 역시 김광현과의 맞대결을 완투승으로 장식하며 그동안의 피칭에 대한 불안감을 없앴다. 주위의 걱정과 우려를 불식시켰다.
팀 전체적인 사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KIA는 이날 동료들이 안타를 치거나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덕아웃에서 큰 환호와 박수를 냈다. 누가 봐도 질 것 같은 경기를 이기는 것만큼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없다. 사실상 1.5군으로 에이스를 낸 2위 팀을 이겼다.
올시즌 내내 삐걱대던 투-타의 엇박자가 이날은 완벽하게 맞았다. 22승22패로 딱 5할을 만들었다. 남은 경기는 정확히 100경기. KIA에게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