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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걸까.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투수 펠릭스 듀브론트가 한국 데뷔 첫 승의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그는 2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 5이닝 2실점으로 한국에 온 후 가장 좋은 투구를 했다. 3-2로 팀이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 요건까지 갖췄지만, 6회 동점이 되는 바람에 승리를 놓쳤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출발은 최악이었다. SK 와이번스와의 개막전에서 4이닝 5실점(4자책점)으로 무너졌다. 차라리 승패가 기록되지 않은 이 경기는 나았다. 이후 4경기는 모두 패전투수였다. 140km 초반대 그치는 직구 구속, 완벽하지 않은 제구로는 수준이 높아진 한국 타자들을 이길 수 없었다. 운이 없어 패전투수가 된 게 아니라, 승리한다면 이상했을 투구가 계속됐다.
하지만 조원우 감독의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조 감독은 볼 끝에 힘이 있기 때문에 제구만 조금 잡히면, 한국 야구에 조금만 더 적응을 하면 잘해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그리고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투수다운 투구를 했다. KT전 직구 최고구속 145km를 찍었고,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 변화구의 구위와 제구도 나쁘지 않았다.
비록 첫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다는 자체가 듀브론트와 롯데에는 의미가 있다. 더군다나 롯데는 접전 끝에 이겨 2연승을 달리며 탈꼴찌에 성공했다. 듀브론트 입장에서도 다음 선발 등판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조원우 감독도 경기 후 "듀브론트가 5회까지 본인의 역할을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듀브론트는 경기 후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려 했던 게 주효했다. 볼넷을 준 뒤에는 그 상황을 잊고 다음 타자에 집중하려 했다. 처음보다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마음도 조금 편해졌다. 오늘 첫 승리를 놓친 건 전혀 아쉽지 않다. 무엇보다 팀이 우선이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승리했기 때문에 기쁘다. 오늘처럼 실점을 최소화해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