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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들이 가장 고민하는 이닝 중 하나는 5회다.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발 투수가 불안할 때가 가장 고민이라고 한다. 팀의 승리를 위해선 교체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더라도 5회만 넘기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기에 교체하자니 미안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믿고 5회를 맡겼을 때 잘 막고 내려오면 다행. 하지만 위기를 맞고 결국 그 결정이 패전으로 연결될 때는 후회가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양창섭의 구위는 눈에 띄게 줄었다. 4회까지 최고 142㎞를 찍었던 직구 구속이 138㎞밖에 되지 않았다. 힘이 떨어진 공을 두산 타자들은 신나게 때렸고, 양창섭의 투구수가 늘어나며 두산의 점수도 늘어났다. 2사후에 볼넷과 안타 2개를 맞아 결국 3-5로 쫓겼고, 1,3루의 위기에서 김 감독은 양창섭을 내렸다. 양창섭의 투구수는 119개까지 늘어나 있었다. 이후 등판한 김승현이 정진호에게 1타점 안타를 맞아 4-5까지 좁혀진 채 5회가 끝났다.
그리고 6회에 올라온 최충연이 김재호에게 역전 스리런포를 맞아 결국 삼성은 6대7이라는 아쉬운 역전패를 맛봤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가 됐다. 양창섭은 위기를 이겨내지 못했고, 많은 투구수가 다음 경기 혹은 전체 시즌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고민을 할 수 밖에 없게됐다.
선발 투수는 승리 투수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경기 꾸준히 던져주는게 더 중요하다. 119구의 역투가 남은 시즌에 더 큰 자양분이 된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후 등판에서 부진하거나 몸에 이상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그날의 피칭이 두고두고 후회될 수도 있다.
양창섭에게 4월 11일의 119 피칭은 어떻게 기억될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