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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들이 가장 고민하는 이닝 중 하나는 5회다.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발 투수가 불안할 때가 가장 고민이라고 한다. 팀의 승리를 위해선 교체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더라도 5회만 넘기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기에 교체하자니 미안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믿고 5회를 맡겼을 때 잘 막고 내려오면 다행. 하지만 위기를 맞고 결국 그 결정이 패전으로 연결될 때는 후회가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의 마음이 답답했을 지난 11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이었다. 1회 4점, 2회 김상수의 솔로포로 5-1로 앞선 상황에서 슈퍼 루키 양창섭이 5회초에 마운드에 올랐다. 5회만 넘기면 시즌 2승을 위한 승리요건을 갖추게 되는 것.
하지만 양창섭의 구위는 눈에 띄게 줄었다. 4회까지 최고 142㎞를 찍었던 직구 구속이 138㎞밖에 되지 않았다. 힘이 떨어진 공을 두산 타자들은 신나게 때렸고, 양창섭의 투구수가 늘어나며 두산의 점수도 늘어났다. 2사후에 볼넷과 안타 2개를 맞아 결국 3-5로 쫓겼고, 1,3루의 위기에서 김 감독은 양창섭을 내렸다. 양창섭의 투구수는 119개까지 늘어나 있었다. 이후 등판한 김승현이 정진호에게 1타점 안타를 맞아 4-5까지 좁혀진 채 5회가 끝났다.
그리고 6회에 올라온 최충연이 김재호에게 역전 스리런포를 맞아 결국 삼성은 6대7이라는 아쉬운 역전패를 맛봤다.
결과적으로 보면 5회에 일찍 바꿨어야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감독은 '한타자만 잡으면 승리투수인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 위기를 이겨내고 승리투수가 될 때 투수에게 오는 자신감은 앞으로의 피칭에 큰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가 됐다. 양창섭은 위기를 이겨내지 못했고, 많은 투구수가 다음 경기 혹은 전체 시즌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고민을 할 수 밖에 없게됐다.
선발 투수는 승리 투수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경기 꾸준히 던져주는게 더 중요하다. 119구의 역투가 남은 시즌에 더 큰 자양분이 된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후 등판에서 부진하거나 몸에 이상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그날의 피칭이 두고두고 후회될 수도 있다.
양창섭에게 4월 11일의 119 피칭은 어떻게 기억될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