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테마베이스볼]잠실구장과 LG 트윈스, 그리고 홈런왕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4-04 06:25


지난 주말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는 만원에 가까운 관중이 몰려들었다. 잠실구장은 국내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지만 지어진 지 30년이 훨씬 넘어 주변에 새 야구장을 짓는 계획이 추진 중이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위치한 잠실구장 중앙 출입구에는 '착공 1980. 4. 4, 준공 1982. 6. 30' 등이 새겨진 초석이 자리하고 있다. 잠실구장, 즉 서울 종합운동장 야구장은 그날 공사를 시작해 1982년 여름 완공됐다. 완공 기념으로 그해 10월 세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렸고, 이듬해부터 MBC 청룡(현 LG 트윈스)이 홈구장으로 쓰기 시작했다. 잠실구장 최초의 프로야구 주인은 LG 구단(MBC 청룡)이다.

잠실구장은 관중석 규모에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한때는 3만명이 넘는 팬들을 수용했고, 지금은 좌석을 정비하면서 2만5000석으로 규모를 정예화했다. 잠실구장은 또한 펜스까지의 거리도 KBO리그 야구장 가운데 가장 멀다. 좌우가 100m, 중앙이 125m로 메이저리그의 웬만한 구장보다도 크다. 1990년대 좌우측 끝 펜스를 95m로 했을 때나 LG가 중앙 펜스를 4m 앞당겨 좌우 파울 폴까지 연결한 'X캔버스존'을 설치해 홈경기를 했던 2009~2010년에도 펜스 거리는 가장 멀었다.

이 때문에 잠실을 홈으로 사용하는 LG와 두산 베어스 타자들은 홈런에 대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LG와 두산에서 홈런왕은 나오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1995년 OB 김상호와 1998년 OB 외국인 타자 타이론 우즈가 홈런왕에 오른 적이 있다. 김상호는 그해 25홈런을 날려 22개를 친 삼성 라이온즈 이동수와 한화 이글스 장종훈을 제쳤다. 우즈는 당대 최고의 홈런타자 삼성 이승엽을 4개차로 누르고 42홈런으로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첫 해 홈런왕에 올랐고, MVP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나 LG는 전신 MBC 시절을 포함해 홈런왕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에 참가했거나 참가중인 12개 구단 가운데 홈런왕이 나오지 않은 팀은 LG와 제10구단인 kt 위즈 뿐이다. 2007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와 1991~1999년 1군에 참가했던 쌍방울 레이더스는 물론 2000년 이후 신생 출범한 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르즈, NC 다이노스도 홈런왕을 키워냈다. 쌍방울에서는 1994년 김기태가 25개를 때려 홈런 1위에 올랐고, NC의 경우 1군 참가 4년 만인 2016년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가 40홈런을 때려 구단 역사상 첫 홈런왕(SK 최 정과 공동)의 주인공이 됐다.


찰스 스미스는 지난 2000년 삼성과 LG에서 활약하며 시즌 35개의 홈런을 날렸다. 그가 후반기 LG로 이적해 기록한 홈런은 15개다. 스포츠조선 DB
1990년 이후 LG에서 홈런 부문 '톱10'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1990년 김동수(13개 10위), 1992년 김동수 송구홍(각 20개 공동 10위), 1993년 김동수(16개 6위) 김상훈(12개 10위), 1994년 김재현(21개 3위) 유지현(15개 공동 8위), 1996년 심재학(18개 공동 6위), 1998년 김동수(20개 9위), 2000년 찰스 스미스(35개 5위), 2006년 박용택(16개 9위), 2009년 로베르토 페타지니(26개 6위), 2010년 조인성(28개 3위) 등 손에 꼽을 정도다.

2011년부터는 아예 홈런 상위 10위에 포함된 LG 선수는 없었다. 또한 LG에서 30홈런을 넘긴 선수는 최초의 타고투저 시즌으로 꼽히는 1999년 이병규(30개 12위)와 2000년 스미스 밖에 없다. 그러나 스미스도 2000년 당시 삼성에서 20홈런을 치고, 7월 LG로 이적해 15개를 쳤으니, 엄격히 말하면 LG 역사상 30홈런 타자는 이병규 뿐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해 LG의 최다 홈런 타자는 17개를 날린 유강남이었다. 그의 홈런 순위는 공동 30위였다. LG에 홈런 타자가 없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드래프트에서 국내선수이든 외국인 타자든 장타력을 갖춘 선수를 뽑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포 육성에 일가견 있는 지도자도 거의 없었다. 또한 '신바람'으로 대표되는 집중력의 야구를 표방해 온 팀 컬러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야구인은 "LG는 잠실을 홈으로 쓴다는 이유로 거포를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사실 의미가 없다. 그냥 거포가 없는 것이다. 뽑아야 하고 키워내야 한다"고 했다.


올해도 LG에서는 홈런왕 경쟁에 나설 수 있는 타자가 없어 보인다. 올해 새롭게 LG에 가세한 김현수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미국에 가기 직전인 2015년에 터뜨린 28개다. 새 외국인 타자 아도니스 가르시아도 전형적인 거포는 아니다. 3일 현재 김현수는 2홈런, 가르시아는 1홈런을 때렸다.

포스트시즌이 당면과제인 LG에서 홈런왕을 기대하는 건 사치일 지 모른다. 승리하는데 있어 홈런은 중요한 '전력 변수'도 아니다. 지난 역사를 봐도 LG에서 화끈한 장타력의 야구를 추구했던 감독도 없었다. 타자들 자질이 그랬고, 환경이 그랬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잠실구장을 대신할 새 구장의 형태를 놓고 전문가 공개 워크숍을 열었다. 언제가 될 지는 알 수 없으나 30년이 훨씬 넘은 지금의 잠실구장은 사라질 것이다. 새 야구장이 들어서기 전에 '잠실벌'을 홈런포로 수놓을 LG 출신 홈런왕이 나오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올해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는 팀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날릴 수 있는 타자로 꼽힌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