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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부상 안고 프로 입단-수술, 무엇이 문제인가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3-06 05:44


◇2016 신인 지명에서 NC 다이노스가 1차 지명으로 뽑은 박준영이 환하게 웃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2016년 NC 다이노스가 1차 지명으로 뽑은 우완투수 박준영은 시범경기부터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정규시즌 개막 엔트리에 들었고, 시속 150㎞ 강속구를 앞세워 '신인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박준영의 돌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즌 중 팔꿈치 통증이 생겼고, 결국 그해 9월에 수술대에 올랐다. NC가 계약금 6억원을 지급한 고졸 신인 윤형배는 입단 1년 만인 2014년에 수술대에 올랐다.

끊이지 않는 신인 수술 잔혹사

뿐만 아니다. 두산 베어스가 2016년 1차 지명으로 뽑은 이영하는 입단 직후 곧바로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2017년 롯데 자이언츠가 1차 지명한 윤성빈 역시 어깨가 좋지 않아 1년 내내 재활에 매달렸다. 그나마 수술대에 오르지 않은 게 천운이라고 할 정도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로 뽑은 선수들, 특히 투수들이 입단 직후 또는 1년 이내에 수술을 받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최근 한 두해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온 현상이다. 2016년과 2017년의 사례만 들었지만, 매년 팀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일이다. 고교 시절 최상급 투수로 평가받은 선수들의 '프로입단 잔혹사'는 한국 프로야구의 고질적인 병폐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왜 벌어지는 것일까. 일단은 해당 선수를 지명하는 프로 구단들이 선수의 몸 상태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드래프트 이후에나 신체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때문에 많은 기대를 갖고 뽑았더니 실제로는 팔꿈치나 어깨가 만신창이가 되어 있던 경우가 태반이다.


◇서울고 유정민 감독이 지난해 7월1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2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 결승전 배명고와의 경기에서 강백호의 연습투구를 지켜보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여전히 열악한 아마추어 시스템

하지만 이걸 직접적 원인이라고 할 순 없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어린 유망주가 다치게 되는 현재 아마추어 시스템에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온 고교 유망주의 혹사는 전보다는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일각에서는 주말리그제가 되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됐다고 지적한다. 애초 기대와는 반대로 주말 경기에 에이스를 집중 투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어린 선수들의 부상을 막아주고, 부상이 생기더라도 이를 제대로 치료해줄 수 있는 트레이닝 파트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된다. 현재 고교팀 선수단의 규모는 1~3학년을 통틀어 많게는 5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정식 트레이닝 코치를 두고 있는 팀은 손에 꼽힐 정도다. 후원회의 지원이 좋은 서울과 지방의 몇몇 구단 만이 정식 트레이닝 코치를 쓰고 있다. 트레이닝 코치, 알면서도 못쓰는 현실


최근 전국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명문고교 A감독은 "한창 성장 중인 선수들이라 트레이닝과 컨디셔닝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관리를 해준다고 해도 경기를 하다가 다치거나 아픈 경우가 생긴다. 또 중학교에서 올라올 때 이미 아픈 선수도 있다. 팀에 트레이닝 코치가 따로 있으면 이런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다. 단순히 병원에만 보내는 게 아니라, 치료 과정을 다 챙기면서 재활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환경은 극히 제한적이다. A감독은 "솔직히 우리 학교는 운이 좋은 케이스다. 후원회가 잘 갖춰져 있어서 트레이닝 코치 월급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KBO나 KBSA(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지원이 제한적인 상황이다보니, 대다수 팀이 트레이닝 코치까지 고용할 여유가 없다. 누구나 트레이닝 코치가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선뜻 쓰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털어놨다.

실질적은 대안은 있을까

아마추어 야구, 특히 고교야구 선수들의 부상 방지 시스템 정착은 결국 비용 문제로 귀결된다. KBO가 고교 창단팀에 3년간 4억원을 지원하고, 기존 팀에는 '지도자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학부모나 동문 후원회의 회비,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트레이닝 코치를 고용하기 어렵다. 지방 소규모 학교로 갈수록 더욱 그렇다.

특히 KBO의 '지도자 인건비' 지원이 올해부터 종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지난해까지는 60개팀(신규 창단팀 제외)에 2000만원씩 지도자 인건비가 지원됐다. 총 12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올해는 선별해 20개팀에 2000만원씩 지원된다. 나머지 8억원은 중학교 팀 지원금(3억원)과 초중고교 선수 야구장학금(5억원)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KBO 관계자는 "아마야구 지원을 보다 실질적으로 다양하게 하기 위한 변화"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고교팀의 트레이닝 코치 고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런 가운데 KBSA는 김용일 LG 트레이닝 코치가 주도하는 트레이닝코치협의회와 연계해 고교 대회에 트레이닝 코치를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고교팀의 트레이닝 시스템 확립에 관한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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