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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에는 해묵은 갈증이 있다. 믿음직한 왼손 선발은 마지막 15승 투수인 류현진(2010년 16승4패) 이후 대가 끊긴 지 오래다. 간혹 10승 투수가 나와도 오른손이었고, 최근 들어 좌완 품귀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그 오랜 아쉬움을 외국인 투수 제이슨 휠러(28)가 끊을 수 있을까.
휠러는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스프링캠프 첫 실전을 매끄럽게 치렀다. 지난 19일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2군과의 연습경기에 선발등판해 3⅔이닝 동안 1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43km였다. 휠러는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투심 패스트볼을 섞어 던졌는데 변화구 제구가 잘 됐다. 휠러는 "변화구 중 슬라이더가 특히 잘 들어갔다"며 만족했다. 송진우 투수코치는 "코너워크가 좋았다"고 했다.
한용덕 감독은 상당히 만족스런 표정이다. 한 감독은 "솔직히 캠프 초반에는 비디오 영상으로 보던 모습과 약간 달라 걱정도 있었다. 최근 페이스를 꾸준히 끌어올려 '아, 저 정도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꽤 안정감을 줬다. 볼끝도 좋았다"고 말했다. 또 "심판들에게 물어보니 끝이 살아 들어오는 느낌이라고 하더라. 일단 시작은 좋다"고 했다.
한화가 휠러를 영입한 첫번째 이유는 마운드에서의 안정감 때문이었다. 마이너리그 6시즌 동안 통산 157경기(146선발)에 나서 56승40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했다. 860이닝을 던져 탈삼진 619개, 볼넷 241개를 기록했다. 9이닝당 볼넷은 2.5개로 적은 편이다.
휠러가 성공하려면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첫 번째는 해마다 도마에 오르는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내타자 성향 파악이다. 미국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공격적이다. 잘 기다리고, 커트도 잦다. 휠러의 연봉 총액은 57만5000달러로 국내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적다. 하지만 성적이 매번 연봉순인 것은 아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