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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남아' 호시노 감독과 한국야구의 인연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1-07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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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야구를 대표했던 지도자 중 한명인 호시노 센이치 전 라쿠텐 이글스 감독이 4일 별세했다. 일본 언론들은 췌장암으로 투병중이던 호시노 전 감독이 지난달 말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고 6일 보도했다. 향년 71세. 2013년 라쿠텐을 창단 첫 재팬시리즈를 우승으로 이끈 호시노 전 감독은 2015년 9월 라쿠텐 구단 부회장에 취임했다.

고인은 한국 야구팬들에게 낯익은 얼굴이었고, 한국야구와 인연이 있다. 투수로 주니치 드래곤즈에서만 던진 그는 1987~1991년, 1996~2001년 주니치 사령탑을 지냈는데, 두번째 재임 때 선동열 이종범 이상훈과 함께 했다. 선동열이 주전 마무리로 맹활약한 1999년 주니치는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호시노 전 감독은 자신이 주도해 영입한 선동열이 일본 진출 첫해인 1996년 적응에 실패해 부진하자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한국야구를 대표한다는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너 자신을 위해 던져라"고 조언했다. 그해 시즌 종료 후 선동열은 귀국하지 않고, 신인급 선수들과 함께 마무리 훈련에 참가해 몸과 마음을 추스렀다. 이후 선동열은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올라서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렸다.

선동열 현 국가대표팀 감독은 7일 스포츠조선과 전화통화에서 "선수단 전체를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대단한 분이었다. 강한 성격으로 불같이 화를 내 '열혈남아'로 불렸는데, 자상한 면도 있었다. 가끔 불러 슬쩍 용돈을 쥐어주곤 했다"고 회상했다.

호시노 전 감독은 선동열이 선수 은퇴해 지도자가 된 후에도 같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선동열 감독은 KIA 타이거즈 사령탑 시절 호시노 전 감독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 KIA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지가 마땅치 않아 고민하고 있었는데, 호시노 전 감독이 주선해 긴구장을 사용할 수 있었다. KIA는 지금까지 긴구장을 전지훈련지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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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전 감독은 이후 한신 타이거즈 사령탑을 거쳐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대표팀을 지휘했다. 우승을 자신했던 일본은 4강전에서 김경문 감독이 이끈 한국대표팀에 패했다. 일본으로선 충격적인 결과였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대표팀 사령탑에 내정돼 있었는데, 이 때문에 무산됐다.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의 일원이었던 이나바 아쓰노리 현 일본대표팀 감독은 일본 언론을 통해 "그 때 기억이 생생하다. 경기 때는 투사같았지만 실수한 선수에게 만회의 기회를 주는 등 인간미 넘치는 지도자였다"고 했다.

메이지대학을 거쳐 1968년 주니치에 1차 지명된 호시노 전 감독은 1982년 은퇴할 때까지 통산 146승121패34세이브-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그는 '요미우리 킬러'로 불릴 정도로 요미우리전에서 강했다. 일본 프로야구를 지배하고 있던 요미우리에 맞서는 반 요미우리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통산 200승을 거두지 못해 '프로야구 투수로서 이류였다'고 했으나, 늘 마운드에서 투혼을 불살랐다고 자부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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