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에서 클레이튼 커쇼(30·LA 다저스) 만큼 몸값을 충실히 해내는 선수도 드물다.
커쇼는 지난해 허리 부상 때문에 후반기 한달여 간 실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175이닝을 던지며 18승4패, 평균자책점 2.31의 특급 성적을 기록했다. 커쇼가 등판한 27경기에서 다저스는 23승4패, 승률 0.852를 올렸으니 과연 에이스다웠다고 할 수 있다. 만일 부상없이 풀타임을 소화했다면 생애 4번째 사이영상도 가능했을 것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은 16승6패, 평균자책점 2.51, 268탈삼진을 마크한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가 차지했다. 기자단 투표에서 슈어저가 201점으로 1위, 커쇼가 126점으로 2위였다.
그런데 커쇼는 올시즌이 끝나면 옵트아웃 권리가 주어진다. 즉 계약을 해지하고 FA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커쇼가 다저스를 떠난다는 상상은 하기 힘들지만,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커쇼의 고향은 텍사스주 댈러스다. 텍사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06년 드래프트 전체 7순위로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LA와 인연을 맺었다. 다저스에서 명예의 전당급 슈퍼스타로 성장한 커쇼는 활발한 자선활동 등 야구장 밖에서도 찬사를 받고 있다. 마치 LA가 고향인 선수 같다. 그런 커쇼가 다저스와의 계약을 끊고 FA 시장을 누빈다고 하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저스는 비슷한 경험을 2년전 했다. 커쇼와 원투펀치를 이루며 다저스 마운드를 이끌던 잭 그레인키가 2015년말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 서부지구 라이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떠났다. 그해 19승3패, 평균자책점 1.66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며 이적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것이었다. 그레인키는 기존 계약 규모를 훨씬 넘어서는 6년 2억650만달러에 계약했다.
커쇼와 관련해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법도 없다. MLB.com은 2일(한국시각) '2018년 다저스가 직면한 5가지 큰 숙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올해가 다저스 투수로 커쇼의 마지막 시즌이 될까'라는 질문을 첫 번째로 던졌다. 전망 기사를 쓴 켄 거닉 기자는 '2014년 장기계약을 맺은 커쇼의 가치가 올해 올라갈 것인지, 내려갈 것인지는 그의 건강에 달려 있다'며 '그가 아무 문제없이 커쇼다운 모습을 보여줄 경우 그레인키와 같은 행보를 걸을 수도 있다. 커쇼의 고향은 텍사스다'고 전했다.
사실 다저스로서는 커쇼가 떠난다고 하면 몸값을 더 높이지 않고서는 잡을 방법이 없다. 커쇼가 다저스 구단에 어느 정도의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국 돈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프로의 세계다. 1988년생인 커쇼는 이번 시즌을 온전히 마치면 5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다시 맺을 수 있다. 2019년부터 계약이 시작되면 2023년 이후까지 고액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다저스는 커쇼가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이번 시즌 트레이드나 향후 FA 시장을 통해 선발진 전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다양하게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