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색 유니폼이 아닌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한기주라니. 상상만해도 참 낯설고 어색하다. 그래도 그가 모험을 택했다. 자신의 전부였던 타이거즈를 떠나 새로운 출발을 하기로 결심했다.
누군가는 잔인하다고 할 수도 있다. 광주동성고 재학시절 아마추어 리그를 평정한 강속구 투수 한기주. 안경을 쓴 호리호리한 체형의 소년은 150㎞가 넘는 직구를 쉽게 쉽게 던지는 '에이스'였다. 그래서 KIA는 2006년도 신인 1차 지명 회의에서 주저 없이 한기주를 선택했고, KBO리그 역사상 최고액인 10억원의 계약금을 안겼다. 제 2의 선동열이 될 수도 있다며 눈 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루지 못했다.
고교시절부터 누적된 팔꿈치 통증이 그를 붙잡았다. 관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선발로 던질 수도 없었고, 선택의 폭이 좁았다. 결국 프로 입단 이후 불펜으로 활약하며 2007~2008시즌에는 2년 연속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후 그는 총 5번 오른팔에 매스를 댔다. 팔꿈치 수술, 어깨 회전근 수술에 손가락 수술까지. 3년 가까이 재활에 매달렸다보니 주위에서도 투수들의 부상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한기주에게 물어볼 정도다.
그리고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올해 KIA가 정규 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화려한 시즌을 보냈지만 한기주는 내내 함평 2군 구장에 머물러 있었다. 그가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마음 먹었던 순간이다.
|
광주에서 나고 자라 KIA에 입단했으니, 한 도시에서만 30년을 넘게 살았다. 이제는 대구에서 살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한기주는 "광주에 지나치게 오래 살았던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진 뒤 "이제 두려운 것도 없다. 낯선 도시라고 해서 다른 것이 있겠나. 재활 할 때 서울에서도 2년 동안 살았고, 야구선수는 원래 다 떠도는 직업이다. 내가 운이 좋게 한 팀에 오래 머물 수 있었던 것 뿐이다. 환경 적응이 어려울까봐 걱정되는 것도 없다. 모험이라고 생각하고 가서 부딪혀 보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워낙 오랜 시간을 재활로 고생했고, 그만큼 마음 고생도 심했다. 때문에 한기주의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아쉬워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반대로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며 격려해주는 사람도 많았다. 한기주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도 KIA 구단에서 나를 더 신경써서 트레이드까지 해서 보내주신 것 아닌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잘 알기 때문에 감사하다. 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 뿐"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삼성에는 낯익은 얼굴도 많다. 광주에서 함께 야구를 했던 이원석이나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친해진 우규민, 강민호와도 친분이 있다. 한기주는 "올초에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지만 후반기부터는 2군에서 정상적으로 등판을 하며 공을 던졌다. 지금 컨디션은 최고다. 아픈 곳도 전혀 없다. 삼성 코치님들이 2월 1일까지 몸 잘 만들어오라고 하셨다. 당분간 신변 정리를 끝내면 서울로 올라가서 개인 훈련에 집중할 생각이다. 최상의 상태를 만들어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이제부터 새로 시작이다.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 KIA팬들이 얼마나 뜨겁게 응원해주셨는지 잘 알고있다. 그 응원 덕분에 힘든 시간도 버틸 수 있었다. 이제 좋은 기억만 가지고 새로운 팀에 가려고 한다. 삼성에서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각오를 밝혔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KBL 450%+NBA 320%+배구290%, 마토토 필살픽 적중 신화는 계속된다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