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유리의 도쿄통신] 뚜껑 연 일본, 걱정만큼 강하지 않았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11-17 02:35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17' 대한민국과 일본의 개막전 경기가 16일 일본 도교돔에서 열렸다. 10회말 2사 2루에서 타무라 타츠히로의 역전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확정지은 일본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도쿄돔(도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11.16/

두려워할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세밀한 부분에서의 차이는 있었지만, 엔트리를 놓고 비교해봤을때 비등한 싸움이었다.

선동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을 마쳤다.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일본전이 선동열호의 첫 경기였다. 경기 내용은 흥미진진 그 자체였다. 일본이 한국의 수비 실책으로 선취점을 내자 한국이 '빅이닝'을 만들어 뒤집었다. 일본이 홈런과 볼넷으로 야금야금 다시 동점을 만들었고, 승부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무사 1,2루에서 진행하는 승부치기가 연장 룰이었던만큼 경기는 훨씬 짜릿해질 수 있었다. '공격을 하라'고 깔아놓은 판에서 한국과 일본 타자들 모두 관중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한국이 먼저 3점을 냈고, 일본이 되받아쳐 4점을 뽑아내면서 8대7 승리를 가져갔다. 오후 7시에 시작한 경기는 자정이 가까워져서야 끝이 났다.

결과는 패배였지만, 마냥 속이 상하지는 않는다. 물론 세상에 이겨서 안좋은 것은 없다. 야구는 어디까지나 냉정한 승부의 세계다. 만약 개막전에서 한국이 접전 끝에 일본을 결국 이겼다면, 분위기는 10배 더 뜨거웠을 것이다. 일본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자 다리에 힘이 풀린듯 그 자리에 주저 앉았던 한국 야수들과 절망감을 감추지 못하던 투수 이민호, 포수 한승택의 표정도 안쓰러웠다. 특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친 것이라 솔직히 속이 쓰리기는 하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은 진부한 자기 위안 같으니 쓰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한국은 분명 일본과 대등한 수준의 경기를 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엔트리를 살펴봤을 때 일본과 한국은 뚜렷한 전력 차이가 있다. 현재 양 리그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투수가 강하고, 그 명맥이 끊기지 않고 꾸준히 좋은 투수들이 나온다. 현재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야부타 가즈키(히로시마) 다구치 가즈토(요미우리)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등 NPB에서 가장 '핫'한 젊은 투수들이 포함돼있다. 선발 뿐만 아니라 불펜도 탄탄하다. 최근 일본 대표팀 선수들의 컨디션만 놓고 보면, 선발들보다 불펜의 공이 더 좋은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투고타저에서 타고투저로 리그 판도가 바뀐지 오래다. 더군다나 만 24세 이하로 연령 제한을 두니, 대표팀에 거포가 사라졌다. 일본도 장타력을 갖춘 타자가 많지 않고, 발 빠른 교타자들이 예전부터 많지만, 한국도 비슷하다. 오히려 주력은 일본 선수들이 더 좋다. 일본과 비교했을때 전력상 특별히 우위에 있는 점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은 '와일드카드' 3장을 모두 썼다. 한국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한명도 뽑지 않았다.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이 '와일드카드'로 선택한 3명의 선수들도 모두 20대다. 엔트리 조건에서 큰 차이는 안 난다. 하지만 면면을 따져보면 이야기가 또다르다. 홈런 타자 야마가와 호타카(세이부), 주전 포수로 급 성장한 가이 다쿠야(소프트뱅크)에 투수 마타요시 가쓰키(주니치)까지. 4번타자, 주전 포수, 핵심 불펜이 모두 '와일드카드'로 발탁한 선수들이다.

대표팀이 사전 전력 분석을 마쳤을 때, 일본을 이길 확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봤다. 다만 이번 대회의 최종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년 아시안게임, 내후년 도쿄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출범했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의 참가 자체로 의의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선전했다. 현재 대표팀 중 완전체 성인 대표팀 경험이 있는 선수는 김하성 한명 뿐이고, 도쿄돔에서 경기를 뛰어본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경험도 부족하고, 해외팬들의 이목을 끌만한 스타 플레이어도 거의 없다. 그래서 모두 우려했지만, 첫 경기부터 인상깊은 혈투를 펼쳤다. 선동열 감독은 일본전 패배 후 "우리 선수들이 참 좋은 경기를 했다. 선수들에게 여러모로 많은 것이 남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이 좋은 분위기가 앞으로도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첫 경기의 아쉬운 패배에 지나치게 사로잡는 것도 좋지 않고, 또 지나치게 자만심을 갖는 것도 좋지 않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도쿄=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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