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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부터 우주의 기운이 KIA 타이거즈 우승으로 향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틱하게 선수단이 짜여졌고, 최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하나로 뭉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확실하게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4번 타자가 필요했다. 듬직한 포수도 아쉬웠다. 김선빈과 안치홍이 군에서 돌아온 2017년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KIA는 2016년 시즌이 끝난 뒤 삼성 라이온즈의 4번 타자였던 FA 최형우와 4년-100억원에 계약했다. 팀내 FA였던 양현종을 잡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양현종이 해외 진출을 고민하면서 최형우를 잡게 됐다. 그런데 양현종이 팀 잔류를 결정하면서, 에이스와 4번 타자를 동시에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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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팀을 구성하고 시작한 2017시즌. 포수 약점은 여전했고 고민은 계속됐다. KIA는 승부수를 띄워야 했다. 유망주로 커왔던 노수광을 원하는 SK 와이번스에 백업 포수 김민식을 달라고 했고, 트레이드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결국 시즌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난 4월 7일 KIA는 김민식과 이명기 노관현 최정민을 받고, 노수광 이홍구 윤정우 이성우를 내주는 4대4 트레이드를 통해 주전 포수를 데려왔다.
김민식이 포수를 맡으면서 KIA의 수비진은 안정됐다. 상대 주자가 도루를 쉽게 시도하지 못하게 되면서, KIA 수비는 확실하게 좋아졌다. 여기에 이명기가 맹타를 날리면서 KIA는 전력 급상승 효과를 누리게 됐다.
야수진을 이렇게 만들어냈지만, 마운드 고민이 남아있었다. 헥터-양현종-팻 딘의 3선발은 확실했지만 4,5선발 자리가 비었다. 김진우가 4선발로 사실상 확정됐으나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자리를 잡지 못했다. 4선발 자리를 FA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데려왔던 임기영이 꿰찼다. 스피드가 빠르지는 않지만 체인지업을 무기로 1군 무대에 적응했다. 임기영은 두 차례 완봉승으로 주가를 높였다.
임창용과 김윤동의 들쭉날쭉한 피칭으로 불안감이 컸던 불펜진이 마지막까지 숙제가 됐다. 1위를 달리면서 우승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KIA는 넥센 히어로즈에서 지난해 세이브왕에 올랐던 김세현을 유망주 이승호 손동욱을 내주고 영입했다.
KIA는 시즌 막판 주춤했지만 두산 베어스의 추격을 뿌리치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FA 영입,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들이 모두 제 역할을 해준 덕분이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계속됐다. 경험 많은 두산을 압박하며 1패 후 4연승을 거두고 8년 만에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