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키워드]총력 승부수, 에이스의 마무리 변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7-10-30 22:48


KIA 타이거즈가 드디어 대망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정규시즌에 이은 통합우승. 지난 2009년 이후 8년만의 대업이다. 또한 타이거즈 군단의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기도 했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대접전 끝에 7대6으로 승리하며 우승컵을 들었다. 한국시리즈 5차전을 관통한 키워드를 3가지로 정리했다.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KIA와 두산의 경기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무사 만루 위기에서 헥터가 교체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0.30/
냉정함 잃었던 KIA 벤치

7회초까지 7-0의 넉넉한 리드. 그리고 1승만 더 하면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 마운드에는 6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쾌투하던 시즌 20승 에이스 헥터. 이 세 가지 변수에 이제껏 잘 지켜왔던 KIA 벤치의 냉철함이 무너졌다. 전날 4차전에서 한 박자 빠른 타이밍으로 승기를 굳혔던 김기태 감독의 투수 교체가 5차전에서는 너무 늦어버렸다.

0-7로 뒤지던 두산의 7회말 공격. 하위타선인 8번 양의지부터 시작되는 타순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변이 일어났다. 양의지의 좌전안타에 이어 대타 정진호도 좌전안타. 그리고 민병헌마저 우전안타로 두산이 첫 득점에 성공. 3연타로 첫 실점을 했다. 헥터는 동요하기 시작했다. 전날 같았다면 여기서 벤치가 빠르게 움직였을 수 있다. 하지만 KIA 벤치는 기다렸다. 그러다 무사 1, 3루에서 오재원에게마저 우중간 펜스 상단에 맞는 적시 2루타를 맞는다. 이제는 바꿔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참았다. 참았다기 보다는 헥터의 갑작스러운 난조를 대비하지 못해 불펜 준비가 덜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쨌든 헥터는 다음 타자 박건우마저 사구로 내보냈다. 그제야 KIA 벤치가 심동섭을 올렸다. 무사 만루였다. 하지만 이미 흐름이 두산 쪽으로 급격히 기운 상황이다. 심동섭은 김재환을 삼진 처리하지만 오재일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다시 김세현 투입. 그러나 김세현도 2점을 더 내줬다. 두산은 여기서만 6점을 뽑아 6-7을 만들었다. 냉철함을 잃은 KIA 벤치의 늦은 투수교체가 불러온 위기다.


10월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KS) 5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9회말 마운드에 오르고 있는 KIA 양현종.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0.30
총력 승부수, 에이스의 마무리 변신

단기전 체제의 한국시리즈에서는 때에 따라 상식의 틀을 깨는 과감한 승부수도 필요하다. 쏟아 부을 수 있는 전력은 전부 쏟아 부어야 한다. 특히나 1승이 곧 우승으로 이어지는 경기라면 뒤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끝내고 봐야 한다. 안 그랬다가는 상대에게 치명적인 반격을 얻어맞을 수 있다. 2013시즌 3승을 먼저 따내고 여유를 부리다 역전패한 두산 베어스의 사례가 그 본보기다.

잠깐의 방심으로 위기에 몰린 KIA 벤치는 마지막에 승부수를 던졌다. 정규시즌 20승 투수, 2차전 완봉승의 주인공인 좌완 에이스를 7-6으로 앞선 9회에 마무리 투수로 전격 투입한 것이다. 파격적인 한 수 였다. 원래대로라면 양현종은 11월1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6차전 등판이 유력했던 투수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6차전'을 머리에서 지웠다. 이유는 있다. 이미 3승1패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1점차 리드에서 1이닝만 막으면 6차전은 열릴 일이 없다. 이 리드를 지켜 승리를 완성할 투수가 필요했다. 9회말이 김재환과 오재일 등 두산의 강력한 좌타 라인부터 시작되는데 불펜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 이미 가장 신뢰하는 좌완 불펜 심동섭과 필승조 김윤동, 마무리 김세현을 모두 썼다. 또 베테랑 임창용은 사이드암이라 좌타자에게 내기 어렵다. 고효준과 임기준 등 좌투수는 구위와 제구력이 불안하다.

결국 이런 여러 이유로 김 감독이 믿을 투수는 양현종 뿐이었다. 양현종은 지난 26일 2차전에서 122개의 공을 던지고 3일 밖에 쉬지 못했다. 그러나 1이닝 투구는 가능했다. 천신만고 끝에 그 승부수가 성공했다. 양현종은 첫 상대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오재일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하지만 조수행의 번트 타구를 교체된 3루수 김주형이 1루에 악송구하며 1사 2, 3루가 됐다. 끝내기 패배의 위기가 닥쳤다.

그러나 양현종은 역시 양현종이었다. 그는 허경민을 고의사구 식으로 보낸 뒤 박세혁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았다. 이어 김재호마저 포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고 경기를 끝냈다.


10월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KS) 5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니퍼트와 KIA 헥터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KIA 3회 2사 만루에서 이범호가 두산 니퍼트를 상대로 만루 홈런을 날렸다. 홈런 타구를 바라보는 이범호와 고개를 돌린 니퍼트.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0.30
굳건했던 선수필승의 공식

올해 한국시리즈는 특별한 법칙이 지배했다. 1차전부터 4차전까지 전부 선취점을 낸 팀이 이긴 '선수필승'의 공식이다. 선제 공격을 날려 점수를 뽑은 팀이 계속 리드를 놓치지 않고 승리했는데, 1차전 두산에 이어 2~4차전 KIA가 그랬다. 이는 양팀 선발이 기본적으로 최소 6이닝 정도를 꾸준히 무너지지 않고 버텨준데다 타자들이 득점 찬스에서 좀처럼 터지지 않은 탓이다.

5차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취점을 뽑은 KIA가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예를 품에 안았다. KIA는 3회초 모처럼 빅이닝을 만들었다. 선두타자 이명기가 유격수 쪽 내야안타를 날리며 물꼬를 틀었다. 김주찬의 희생번트로 된 1사 2루에서 3번 버나디나가 중전안타로 손쉽게 선취점을 뽑았다.

아무리 '선수필승'이라고 해도 1점은 불안하다. 그런데 여기서 이범호의 한방이 터졌다. 최형우의 좌전안타와 나지완의 사구, 안치홍의 삼진으로 된 2사 만루 상황. 타석에 나온 이범호가 두산 니퍼트를 상대로 호쾌한 좌중월 만루홈런을 날려 단숨에 5점차 리드를 만들었다. 이 한방으로 KIA는 초반 기선을 확실히 제압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이 법칙은 끝까지 이어졌다. 두산은 0-7로 뒤지던 7회말에 대거 6점을 뽑으며 KIA를 압박했지만, 끝내 역전의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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