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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야속해.
LA 다저스 '에이스' 투수 클레이튼 커쇼의 잔인한 가을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투수 중 한명으로 꼽히는 커쇼지만, 유독 포스트시즌만 되면 부진한 것이 그의 징크스였다. 올해도 불안불안한 투구를 이어오다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각)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우려를 씻는듯 했다. 하지만 그가 다시 무너졌다. 30일 5차전에 등판해 다시 휴스턴을 상대한 커쇼는 4⅔이닝 6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남기고 물러났다.
무엇보다 충격인 것은 커쇼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홈런을 허용한다는 사실이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디비전시리즈부터 시카고 컵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2차례 등판 그리고 월드시리즈 2차례 등판까지. 5경기 연속 피홈런이 나왔다. 애리조나전에서는 무려 4방의 홈런을 맞고 강판됐고, 이후 경기마다 하나씩 홈런을 맞았다.
5경기 8피홈런을 기록한 커쇼는 불명예 신기록까지 세웠다. 포스트시즌에서 7개의 홈런을 맞은 콜 해멀스(2009년) 조쉬 베켓(2008년) 앤디 페티트(1996년) 등을 제치고 역대 최다 기록을 다시 썼다.
다행히 앞선 4경기에서는 커쇼의 개인 승패와 상관 없이 다저스가 모두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날은 커쇼가 타선이 먼저 뽑아준 4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패배 충격 여파가 더욱 크다.
다저스는 홈으로 이동해 내달 1일 홈 다저스타디움에서 6차전을 치른다. 커쇼가 6~7차전에 등판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동료들에게 기대야하는 처지다. 다저스의 29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그리고 '세계 최고의 투수' 커쇼의 생애 첫 월드시리즈 우승은 과연 가능할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