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공은 어렵더라도, 생각해둔 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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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두산 타자들의 각오와 전략을 팀 공격의 선봉장인 리드오프 민병헌이 대변하고 있다. 민병헌은 대뜸 기자에게 "기사를 보니 KIA가 1차전 선발로 헥터를 낼 것 같다. 사실 좀 걱정이 된다. 푹 쉬고 나와서 공이 더 빨라져 있을 것 같다. 한 160㎞ 던지는 거 아닌가 걱정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농담으로 하는 얘기만은 아니다. 헥터의 강속구가 잘 제구되면 여간해선 치기 어렵다. 그래서 민병헌도 헥터의 강속구를 가장 걱정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민병헌이 지레 겁을 먹은 건 절대 아니다. 얼굴 표정에는 특유의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플레이오프 3차전 MVP다운 자신감이다. 민병헌은 "헥터를 대비한 타격 전략은 이미 생각해둔 게 있다. 이전에도 헥터가 나에게 한번 혼쭐이 난 적이 있는데, 그때의 감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민병헌은 이후에도 헥터의 구종과 코스에 관한 설명을 덧붙이며 자신의 전략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일.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전에 공개할 수는 없었다. 중요한 건 두산 타자들이 두려움 없이 각자의 방법으로 'KIA 투수 공략법'을 생각하며 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플레이오프 때의 기분 좋은 손맛을 계속 보려는 듯 하다. 과연 민병헌을 필두로 한 두산 타자들의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시리즈 1차전이 더욱 기대된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