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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도 뭔가 좀 할 때가 됐지요?"
올해 포스트시즌, 가을 잔치는 NC 다이노스 이호준에게는 매우 특별하다. 그는 이미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9월 3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이미 성대한 은퇴식까지 치렀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시즌은 이호준에게는 '보너스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매 경기, 매 순간이 그에겐 특별한 추억 만들기다.
하지만 이호준 역시 승부사다. 은퇴를 선언하긴 했지만 그냥 느슨히 즐기기만 하다가 자신의 마지막 가을 잔치를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는 "벤치에서는 후배들이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지 않도록 잘 다독이고 있다. 하지만 나 역시 아직까지는 현역이다. 언제고 내가 나서게 되는 순간에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다 하고 있다. 지금 몸 상태는 아주 좋다"고 했다.
현재 팀 전력상 이호준은 스타팅 멤버는 아니다. 그도 이같은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 이호준은 "이제와서 선발 출전에 대한 미련같은 건 없다. 대타로 나가서 좋은 타구를 날리는 게 내 임무"라면서 "하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도 갑자기 나가서 잘 하는 게 엄청 어렵다. 차라리 이런 힘든 역할을 후배들이 아닌 내가 하게 된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호준은 비록 은퇴를 선언했더라도 쉽게 볼 수 있는 타자는 절대 아니다. 풍부한 경험에 아직도 스윙에 힘이 실려 있다. 무엇보다 가을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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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도 그래서 이호준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넣은 것이다. 이번 가을에도 변치않는 실력을 보여줬다. 지난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 6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호준은 1-0으로 앞선 5회초 무사 만루에서 1타점 중전 적시타를 치며 준플레이오프 최다 타점 기록(15타점)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1차전에 대타로 나서 무안타에 그쳤고, 2차전에는 나설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언제든 이호준이 나설 때가 올 것은 분명하다. 양팀은 잠실에서 1승씩 주고 받았다. 시리즈가 최소한 4차전까지는 열린다. 특히나 NC의 안방에서 3, 4차전이 열린다. 결정적 찬스에서 김경문 감독이 이호준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준플레이오프 5차전처럼 아예 선발 라인업에 넣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호준은 어느 순간이든 나설 준비가 돼 있다. 그는 "마지막 가을을 충분히 즐기자는 생각이지만, 또 지고 속편한 사람은 없다. 정규시즌부터 지금까지 후배들이 정말 잘 해줬는데, 나 역시 마지막으로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계속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깊어만 가는 이호준의 마지막 가을 잔치, 그의 호쾌한 스윙이 뿜어낼 명장면이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