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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은퇴하기 딱 좋은 날씨네요."
마지막 홈 시리즈를 맞아 이틀 연속 4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호준은 전날(29일) 넥센전에서 동점 투런 홈런을 때려냈고, 이날도 '멀티 히트'에 타점으로 활약했다.
이호준은 "은퇴가 가까워지면서 나도 모르게 느슨해져있었다.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러다 팀이 3위에서 4위로 떨어지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 이러면 안되겠다 싶었다. 얼른 재정비를 하고, 특타도 했다. 내가 결정적인 상황에서 주로 대타로 나오는데 계속 삼진을 먹으면 안되지 않나. 마지막에라도 다시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이날 경기에는 1만1000석이 가득 찼다. 팬들은 구단에서 나눠준 푸른색 이호준 은퇴 기념 셔츠를 입고 관중석에 앉았다. 야구장 전체가 푸르게 물들었다.
이호준은 "팬들이 지어준 별명 중에 '호부지'와 '인생은 이호준처럼'이 가장 좋다. 호부지는 처음에 무슨 뜻인지 모르다가, 알게 된 후 기분이 정말 좋았고, '인생은 이호준처럼'은 뜻이 정반대로 바뀐 것 같다. 최근에 다른 선수들도 '인생은~ 처럼'이라고 불릴 때가 있는데, 상표권 등록을 하고 싶을 정도다. 넘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은퇴식을 보기 위해 광주에서 달려온 이호준의 아버지와 아내, 아이들, 친지들, 지인들이 모인 가운데 이날 NC는 올 시즌 가장 화끈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선발 에릭 해커가 완벽한 호투를 펼쳤고, 타자들은 11대4로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대승을 홈팬들에게 그리고 이호준에게 선물했다. 이날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은 모두 이호준의 등번호 27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창원=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