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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팀들이 시즌 막바지 마운드 운영에 변화를 주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가 5선발을 릴리프로 기용하는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포스트시즌을 대비한 전략이다. 포스트시즌에서는 5선발이 필요없다. 경기가 듬성듬성 짜여진 잔여 일정상으로도 5선발은 릴리프로 던지는 것이 이상적이다.
함덕주는 선발 보우덴에 이어 7회말 등판해 2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두산은 2-2 동점이던 9회초 국해성의 결승타로 3대2로 역전승해 함덕주에게 구원승이 주어졌다. 시즌 9승째. 함덕주가 구원 등판한 것은 지난 13일 넥센 히어로즈전 이후 69일만이다. 함덕주는 7월 7일부터 전반기 마지막 순간까지 구원으로 5경기에 등판했는데, 로테이션상 함덕주에게는 더이상 선발등판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구창모 역시 지난달 30일 kt 위즈전 이후 21일만에 구원으로 마운드에 등장했다. 2-3으로 뒤진 9회초 2사 1,3루서 류지혁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구창모가 올시즌 구원등판한 것은 세 차례다.
이것이 5선발의 '운명'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는 5인 로테이션상 없어서는 안될 존재지만, 시즌 막판 또는 경기가 불규칙한 장마철에는 언제든 구원 등판할 준비를 해야 한다. 5선발은 포스트시즌서 보통 롱릴리프 또는 필승조의 역할을 하게 된다. 함덕주와 구창모도 마찬가지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풀타임 선발 첫 시즌을 맞아 대체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함덕주는 31경기(선발 24경기)에서 9승8패, 평균자책점 3.74를 기록했다. 올시즌 최강의 5선발로 꼽힌다. 구창모는 들쭉날쭉한 패턴을 보이기는 했으나, 28경기(선발 25경기)에서 7승10패, 평균자책점 5.46으로 나름대로 선전을 펼쳤다.
KIA 타이거즈도 5선발인 임기영을 이날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기용했다. 임기영은 ⅓이닝 동안 3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올시즌 21경기(선발 17경기)에서 7승5패,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한 임기영은 포스트시즌서는 다시 선발로 등판할 수도 있다. KIA는 시즌 내내 4,5선발이 불규칙했다. 임기영도 부상과 부진 등으로 6월과 8월 약 두달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바 있다.
롯데 자이언츠 역시 남은 시즌 5선발 김원중을 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김원중은 지난 19일 두산을 상대로 시즌 마지막 선발등판해 3⅔이닝 6안타 4실점을 기록했다. 5위가 유력한 SK도 정규시즌 남은 3경기에 켈리, 다이아몬드, 박종훈을 선발로 기용하고 문승원 등 나머지 선발 요원은 불펜대기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날 경기 후 함덕주는 "앞으로 경기 중반 중요한 순간 나가게 되면 1~2이닝 팬들이 보기 편하게 잘 던지고 싶다"고 했다. 함덕주는 5선발인 자신의 위치가 어떻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