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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내야수 오선진(28)은 후반기 독수리 군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올시즌 46경기에서 타율 3할3푼9리 1홈런 12타점. 후반기에 팀에 합류했는데 정근우의 부상공백을 잠시 잊게 만들만큼 맹활약중이다. 톱타자로 나서며 '절친' 양성우와 테이블 세터를 구성하고 있다.
오선진은 지난 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5타수 5안타 3득점으로 만점활약을 펼쳤다. 팀은 11대2 대승을 거뒀다.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았는데 첫 타석 결과가 좋아 경기 내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최근 잘 친 경기가 훨씬 많았지만 마음 속엔 아쉬움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는 듯했다.
오선진은 "다 잊었다. 꽤 시간이 지났다"며 웃었다. 당시 수원 원정에서 늦은밤 술을 마시다 일반인이 올린 사진이 SNS에 퍼졌다. 같이 술을 마셨던 양성우와 오선진은 그날 곧바로 내부 징계를 받고 2군으로 내려갔다. 이후 양성우는 완전히 새사람이 돼 주전 외야수로 활약하고 있다. 오선진은 7월말 1군에 합류한 뒤 갈수록 좋은 모습이다. 오선진은 "양성우와의 1,2번 호흡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웃었다.
차분한 성격, 밝은 모습, 웃는 얼굴 때문에 별명이 '꽃사슴'인 오선진이지만 당시 사건은 크게 주눅들게 만들었다. 양성우 역시 한동안 대인기피증에 시달릴 정도였다. 성인이 술 한잔 할 수 있다. 음주운전, 폭행 등 사회규범에 반하는 죄를 지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팀이 패한 날이고 다음날 낮경기임에도 늦은 시간 술자리를 가져 문제가 됐다. 그냥 야구를 더 열심히, 열정적으로 하지 않았기에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야구로 속죄하겠다"는 '틀에 박힌' 다짐이 오히려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오선진의 후반기 타율은 3할8푼3리다. 어느덧 한화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타자가 됐다. 무엇이 오선진을 바꿔놓았을까. 조급함을 버린 것이 컸다. 꾸준히 출전기회가 주어지다보니 경기감각 유지가 가능했다. 오선진은 "달라진 것은 없다. 기술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경기출전이 많아지면서 투수와의 타이밍 싸움이 좀더 편해졌다"고 했다. 유망주만 7시즌. 유망주가 '노망주'가 될법했던 시간. 늦었지만 오선진의 방망이에 꽃이 피고 있다.
광주=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