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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spect vs 욕설 관중'
이날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롯데 팬들은 애꿎은 김재환(두산 베어스)에게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다. 급기야 경기를 중단시키고 2루심이 달려가 관중을 자제시키기까지 했다. 7회말 3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은 김재환이 관중들의 괜한 화풀이 대상이 된 것이다.
이어 3루 쪽 관중석에서도 김재환을 가리켜 "X재환"이라고 비꼬는 구호를 연이어 외치기도 했다. 또 경기 끝난 후에도 롯데팬들과 두산팬들이 목소리를 높여 욕설을 섞어가며 감정 싸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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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각 구단 홈구장을 도는 은퇴투어는 미국 야구 특유의 '리스펙트(Respect)'문화라고 할 수 있다. 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가 은퇴할 때 지터의 배번인 2번을 따서 만든 'RE2PECT'라는 문구는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하지만 나서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쑥스러운 광경일 수도 있다. 이승엽 본인부터 은퇴투어를 진행하면서 "너무 번거롭게 해드리는 것 같아서 괜히 미리 얘기했나 싶다"고 자주 말하고 있다.
하지만 큰 족적을 남긴 선수의 은퇴를 대우해주는 것은 KBO리그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N스포츠브랜드에서 지터처럼 멋진 이승엽 은퇴 광고를 만들어주진 않았지만 팬들이 관중석에서 직접 '리스펙트(LEEspect)'를 만들어낸 것은 정말 '멋있게' 보인다.
'리스펙트'와 '욕설 관중', 이 두가지의 아이러니가 공존하는 것이 현재 우리 KBO리그의 관중 문화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