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1위 KIA, 정말 한국시리즈 걱정해야 하나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7-09-04 21:26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이 KIA에 8대7로 역전승을 거뒀다. 9회 불펜 난조에 아쉬운 역전패를 허용하고 있는 KIA 김기태 감독.
고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9.03

KIA 타이거즈가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할 수 있을까.

페넌트레이스 선두팀 KIA의 널뛰기 경기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정규리그 1위팀다운 최강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어이없는 패배를 당할 땐 1위팀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지난 주 KIA는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5연승을 달렸다. 2위 두산과의 맞대결서 모두 승리하며 확실한 1위임을 재확인했다. 2위 두산이 3연패에 빠지면서 격차가 5.5게임으로 벌어졌다. 그런데 3일 고척 넥센전서 6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가 역전패를 당했다. 선발 헥터 노에시가 8이닝 1실점의 완벽투를 펼치면서 7-1로 앞선 가운데 9회말을 맞았다. 그런데 한승혁-심동섭-박진태-김진우가 나와 7점을 내주고 7대8의 역전패를 했다. KBO리그 역사상 9회말 6점차 역전패는 KIA가 처음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투수 운용에 대한 팬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KIA 전력에 허점이 많아 두산이 체력 소진을 최대한 줄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KIA를 꺾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시즌 내내 1위를 놓치지 않았던 KIA는 과연 포스트시즌, 단기전에선 이길 수 없는 전력일까.

단기전에선 투수가 중요하다. 선발과 중간, 마무리가 확실하게 막아줘야 우승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다. 아무리 잘치는 타자라고 해도 투수가 잘 던지면 치기 어렵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처럼, 투수가 중요하다.

KIA는 강력한 선발이 강점이다. 헥터와 양현종이라는 확실한 '원투펀치'가 있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20일여를 쉬고 나온다면 체력적으로나 구위로나 최상의 컨디션으로 나올 수 있다. 이미 체력을 소진하고 올라오는 상대 타자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팻 딘이 좋을 때와 아닐 때 차이가 있는 편이지만, 시즌 초반 구위와 제구력을 보여준다면 상대 3선발과 싸움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

문제는 4선발이다. 전반기에서 완봉승을 두차례하며 7승을 거뒀던 임기영이 폐렴으로 한달을 쉬었는데, 이전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2군에서 내려갔을 때 팔꿈치에 문제가 생겨 아직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곧 복귀가 가능하다지만 전반기 때 안정감을 증명해야한다. 만약 임기영이 불안하다고 해서 문제가 될까. 4선발이 걱정이라면 3선발 체제로 운영하면 된다. 한국시리즈에서 최근 4선발 체제가 유행이지만 직행한 팀이라면 확실한 선발 3명만으로 운영할 수 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 한번 정도 3일 휴식 후 등판이 가능하다.


불펜진은 확실한 마무리와 셋업맨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두산이 2015년 한국시리즈를 제패할 때 불펜 투수는 사실상 마무리 이현승만 있었지만 그가 제 활약을 하면서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이 점에서 KIA는 김세현의 영입이 신의 한수로 꼽힌다. 불안한 뒷문을 막아줄 최후의 보루로서 현재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IA는 김세현을 필두로 김윤동과 함께 임창용을 필승조로 투입한다면 2∼3이닝은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IA 불펜이 약해 보이는 것은 리드 폭이 클 때 방심해 점수를 내줄 때가 많아서다. 지난 31일과 1일 두산전에서 보여준 KIA 불펜진의 모습은 철벽이었다. 중요한 경기에서 KIA 불펜진은 무서운 집중을 발휘했다. 한국시리즈같은 한순간도 놓쳐서는 안될 경기에선 KIA의 불펜도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KIA가 불펜진을 더 보강하기 위해 여러 투수들을 시험하고 있지만 중요한 경기에선 믿을 수 있는 투수들만 쓰기에 크게 문제될 게 없다.

타선은 더더욱 걱정할 것이 없다. 이명기와 김주찬의 테이블세터와 로저 버나디나 최형우 나지완 안치홍의 중심타선 이범호와 김선빈이 버티는 하위타선까지 쉬어갈 곳이 없다.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큰 것이 문제로 지적되지만 이는 정규리그 때 얘기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주전들만 쓴다. 충분한 휴식을 하기에 정규시즌에서 입었던 잔 부상을 잘 관리할 수 있다. 한국시리즈는 7경기만 하면 된다.

정규리그 우승팀이 한국시리즈로 직행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은 체력적인 면이다. 페넌트레이스 때 고갈된 체력을 보충하고, 크고 작은 부상을 치료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비록 확실한 불펜 투수가 적고,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크다고 해도 20여일을 쉬고 나오는 한국시리즈에선 최강의 모습으로 나올 수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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