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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 하기 전에 자신들을 돌이켜봐야 한다.
LG 트윈스는 27일 잠실에서 뼈아픈 경기를 했다.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4대5로 분패하며 3연패 늪에 빠졌다. 안정권이라고 생각했던 가을야구, 이제는 절대 안정권이 아니다. 자칫했다가는 7위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는 위기다.
LG로서는 매우 억울한 장면. 중계 화면 확인 결과, 채은성은 민병헌이 포구한 뒤 질주를 시작했다. 원 심판이 왜 그런 판정을 기다렸다는 듯이 했나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정상 플레이였다. LG가 여기서 1점을 더 따라간다고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흐름상 매우 중요한 장면이었다. 여기서 점수가 나 두산과 흔들리던 선발 유희관을 압박했다면 더 일찍 경기를 뒤집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희대의 오심에 관한 논란이 생갭다 뜨겁지 않다. 이 논란이 묻힌 건 결국 자기 자신들 때문이다. 오심도 이겨내고 잡을 수 있었던 경기를 스스로 차버리니 그 것에 더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8회 강승호의 어처구니 없는 3루 송구 실수는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8회초 그렇게 힘들게 4-4 동점을 만들어놓고, 허무한 실책으로 중요한 경기를 날렸다.
이 뿐 아니다. 9회 박용택, 정성훈이 투혼으로 만든 1사 1, 3루 동점 찬스에서 희생플라이조차 나오지 않았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LG는 이날 경기 1회초 상대를 초전박살 할 수 있었다. 최재원-안익훈-박용택 연속 3안타가 터지며 유희관을 조기에 무너뜨릴 수 있었는데, 이어진 찬스서 침묵하며 1득점하는데 그치자 두산 분위기가 살아났다. 냉정히 보면 강승호의 수비보다 더 아쉬운 건 이 1회 경기 집중력이었다.
강승호의 납득할 수 없는 수비가 나와 두산이 역전을 할 때 김태형 감독의 표정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평소 포커 페이스의 김 감독도 역전에 기분이 좋아서인지, 상대가 하도 황당한 플레이를 해서인지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쳤다. 김 감독 뿐 아니라 이를 지켜본 모든 야구 관계자나 팬들도 다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LG는 오심도 억울하겠지만, 자신들의 야구 스스로에 대해 억울해 해야 한다. 3연패 3경기 실책만 8개다. 타선에서의 응집력이 없다. 당장 이겨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긴장이 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자신없는 스윙이 나오면 그 때는 프로가 아니다.
아직 31경기가 남아있고,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도 충분하다. 포기할 때가 아니다. 자신들을 향한 조롱의 눈빛들을 보는 게 억울해서라도 더 단단히 뭉쳐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