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에 운 LG, 남 탓 전에 자신들에 억울해하라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8-27 08:44


2017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1회초 무사 1, 2루 LG 박용택의 1타점 안타 때 홈을 밟은 2루주자 최재원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8.26/

남 탓 하기 전에 자신들을 돌이켜봐야 한다.

LG 트윈스는 27일 잠실에서 뼈아픈 경기를 했다.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4대5로 분패하며 3연패 늪에 빠졌다. 안정권이라고 생각했던 가을야구, 이제는 절대 안정권이 아니다. 자칫했다가는 7위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는 위기다.

부산 원정에서 2연패를 하고 왔기에 LG에는 중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오심 하나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2-4로 밀리던 5회초 무사 2루 상황, 2루주자 채은성이 김재율의 우익수 플라이 때 3루로 뛰어 세이프 됐지만 두산 김태형 감독이 나와 항의를 했고, 투수 유희관이 2루에 공을 던졌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원현식 2루심이 아웃콜을 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항의를 하러 나왔지만 판정 번복은 없었다. 리터치는 비디오 판독 대상도 아니라, 그저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LG로서는 매우 억울한 장면. 중계 화면 확인 결과, 채은성은 민병헌이 포구한 뒤 질주를 시작했다. 원 심판이 왜 그런 판정을 기다렸다는 듯이 했나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정상 플레이였다. LG가 여기서 1점을 더 따라간다고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흐름상 매우 중요한 장면이었다. 여기서 점수가 나 두산과 흔들리던 선발 유희관을 압박했다면 더 일찍 경기를 뒤집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희대의 오심에 관한 논란이 생갭다 뜨겁지 않다. 이 논란이 묻힌 건 결국 자기 자신들 때문이다. 오심도 이겨내고 잡을 수 있었던 경기를 스스로 차버리니 그 것에 더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8회 강승호의 어처구니 없는 3루 송구 실수는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8회초 그렇게 힘들게 4-4 동점을 만들어놓고, 허무한 실책으로 중요한 경기를 날렸다.

이 뿐 아니다. 9회 박용택, 정성훈이 투혼으로 만든 1사 1, 3루 동점 찬스에서 희생플라이조차 나오지 않았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LG는 이날 경기 1회초 상대를 초전박살 할 수 있었다. 최재원-안익훈-박용택 연속 3안타가 터지며 유희관을 조기에 무너뜨릴 수 있었는데, 이어진 찬스서 침묵하며 1득점하는데 그치자 두산 분위기가 살아났다. 냉정히 보면 강승호의 수비보다 더 아쉬운 건 이 1회 경기 집중력이었다.

강승호의 납득할 수 없는 수비가 나와 두산이 역전을 할 때 김태형 감독의 표정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평소 포커 페이스의 김 감독도 역전에 기분이 좋아서인지, 상대가 하도 황당한 플레이를 해서인지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쳤다. 김 감독 뿐 아니라 이를 지켜본 모든 야구 관계자나 팬들도 다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LG는 오심도 억울하겠지만, 자신들의 야구 스스로에 대해 억울해 해야 한다. 3연패 3경기 실책만 8개다. 타선에서의 응집력이 없다. 당장 이겨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긴장이 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자신없는 스윙이 나오면 그 때는 프로가 아니다.


아직 31경기가 남아있고,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도 충분하다. 포기할 때가 아니다. 자신들을 향한 조롱의 눈빛들을 보는 게 억울해서라도 더 단단히 뭉쳐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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