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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수원 kt 위즈-NC 다이노스전이 열리기 직전, NC 김경문 감독이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웠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 베어스 시절부터 10년이 넘게 프로야구 감독,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지휘자'의 세월을 보냈다. 그동안 건강 이상 때문에 자리를 비운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고민과 스트레스로 이상 징후가 올 수도 있는 나이가 됐다. 1958년생인 김 감독은 환갑을 눈 앞에 둔 현재 10개 구단 사령탑 중 최고령이다. 현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익숙할 법도 하지만, 올 시즌에도 부상 선수나 팀 성적에 대한 고민 때문에 내내 속앓이를 해야했다. '감독은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는 김 감독의 스타일상 아무에게나 쉽게 고민을 드러내지 않는다. 속병이 깊어졌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내내 선두를 달리고 있는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도 최근 눈 한쪽에 실핏줄이 터졌었다.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다. 아무리 1위를 하고 있는 팀이라고 해도 나름의 고민은 많다. 오히려 쫓는 쪽보다 쫓기는 쪽이 받는 압박감이 클 수도 있다.
다른 감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성적이 좋은 팀은 좋은대로, 안좋은 팀은 안좋은대로 힘들다.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프로야구의 감독이다보니, 3~4연패 이상 할 때에는 밥도 편하게 못삼키는 이들이 많다. 선수들은 꾸준한 운동과 트레이닝 파트의 도움을 받으며 체력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지만, 감독은 그러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운동량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거의 없다. 사실상 24시간 내내 홀로 고민하며 보낸다고 봐야 한다.
현재 사령탑 중 술을 즐기는 감독들은 예상 외로 적다.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 kt 김진욱 감독 등은 체질상 알코올이 받지 않는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도 시즌 중에는 술을 거의 자제한다. 또 보는 눈이 많다보니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기도 어렵다. 결국 스트레스를 풀 곳이 마땅치 않아 속으로만 삭힌다. 담배를 피우는 감독들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차마 끊을 수가 없다.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의 갑작스런 병원행은 현재 KBO리그 감독들이 받는 압박과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른 감독들도 모두 김경문 감독을 안타까워하면서 동시에 공감하는 마음이 많이 들다고 했다. '위험 신호'가 켜진만큼 앞으로는 반드시 적절한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