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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황재균이 돌아온다고 해도 거액을 손에 쥘 수 있을까.
최근 프로야구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황재균 국내 유턴이다.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했지만, 그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그를 마이너리그에만 두고 빅리그에 콜업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는 1일(현지시각) 옵트아웃을 선언해 FA 자격을 다시 얻을 수 있었던 황재균은 일찌감치 구단에 옵트아웃 의사를 피력했다. 기다림에 지친 것이다. 미국 내 다른 구단 이적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되면 또 마이너리그 잔류가 유력해 황재균이 국내 복귀를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따라 황재균 영입 유력 후보들이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구단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이유가 있다.
현재 황재균 영입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구단은 황재균의 친정 롯데 자이언츠를 비롯해 루이스 히메네스가 빠진 LG 트윈스, FA 자격을 얻었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kt 위즈 등이다. 먼저 전제로 할 게 있다. 세 팀 모두 감독들은 황재균이 온다면 대환영이다. 워낙 조심스러운 사안이라 말은 아끼고 있지만 "3루수, 유격수 수비를 보며 20홈런 이상을 때려줄 타자가 온다는 데 누가 마다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선수는 감독이 데려오는 게 아니다. 구단 프런트가 하는 일이다. 그리고 선수를 데려오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선수가 욕심을 버리고 싼 값에 복귀를 마음먹는다면 모를까, 생애 한 번 뿐일 수 있는 FA 대박의 기회를 쉽게 날리고 싶은 선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돌아온다면 대우를 받고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먼저 롯데는 대외적으로 "황재균이 국내 복귀를 선언하면 영입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매우 조심스러워한다. 먼저 이대호를 잡는데 15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썼다. 여기에 올시즌이 끝나면 강민호, 손아섭이 동시에 FA 자격을 얻는다. 이 상황에서 수십억원의 돈을 쓰는 게 쉽지 않다. 현재 돈이 없어 외국인 선수도 못바꾸고 있는 롯데다. 시즌 도중 교체 외국이 선수를 데려오는데는 아무리 많이 써도 100만달러가 넘어가지 않는다.
LG 역시 마찬가지. 차우찬을 데려오는데 95억원을 썼다. 시즌 중 그룹과 구단 최고위층에서 우린 할만큼 했으니 이제 유망주를 키워 쓰라는 언질을 받았다고 한다. 그룹에서는 이천에 최고 시실의 2군 훈련장을 지어줬는데, 계속 비싼 선수를 사오기만 한다면 심기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LG 송구홍 단장은 "마음으로는 당연히 데려오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데려오기 힘든 현실"이라고 밝혔다.
kt도 마찬가지다. 지난 FA 시장 황재균 영입을 위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그룹으로부터 확보했다. 하지만 그 돈은 이제 없다. 그룹의 돈은 쓸 수 있을 때와 없을 때 상황이 완전히 나뉜다. kt 관계자는 "시즌 중 그룹 예산 중 수십억원을 야구단이 가져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특히, 공기업 분위기가 아직 남아있는 kt는 다른 구단에 비해 자금 운용 유연성이 더욱 떨어진다. 그리고 최근 정권 교체 이후 대기업들이 돈을 함부로 쓰기 힘든 분위기도 야구쪽에는 악영항일 수 있다.
반년 계약의 돌파구는 현실성 있을까
이번 유턴에 한 번에 목돈을 안겨줄 수 없다면, 구단들은 일단 남은 시즌 반년 계약을 하고 다음 오프시즌 다시 계약을 추진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일단, 급한대로 선수를 적은 금액에 데려오고 다음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난관이 많다. 일단 황재균을 데려와 올시즌을 마쳤다. 그런데 이렇게 오면 황재균은 시즌 종료 후 FA 신분이 아니다. 반년 계약을 할 때 FA 기회를 쓴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4시즌을 소화한 후 다시 FA가 된다. 다시 말해, 황재균을 데려온 구단은 1년씩 매년 계약을 새로 해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황재균에게 손해다. 이면으로 4년에 큰 금액을 보장해주고 연봉으로 나눠주는 방식을 택할 수 있지만, 요즘에는 보는 눈이 많다. 이면 계약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반년만 계약하고, 다른 팀들에 갈 수 있게 풀어주는 방식도 있지만 현재 영입 후보팀들에는 어울리는 방식이 아니다. 이는 우승이 가능한 팀들이 단기 승부수를 던지는 것인데 롯데, LG, kt 모두 당장 한국시리즈 진출을 장담하기 힘든 팀들이다. 특히, 롯데를 제외한 두 팀은 황재균 영입 순간 보상선수를 롯데에 내줘야 한다. 보상선수까지 내주며 영입을 한다면, 오래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위에 설명한 것처럼 계약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 사례와 비슷한 듯 다르다. 양현종도 FA 자격을 얻고 KIA와 1년 계약만 했다. 하지만 양현종은 1년 후 다시 해외 진출을 시도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황재균이 돌아온다면 사실상 해외 진출은 다시 하기 힘들 것으로 봐야한다.
저리를 하면, 황재균 입장에서는 돌아오며 큰 돈을 받고 안정적인 계약을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구단들은 큰 돈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선수쪽에서 욕심을 줄이지 않는다면 국내 유턴은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차라리, 올시즌은 미국에서 도전을 계속하고 시즌 종료 후 한국 시장이 안정적일 때 유턴을 추진하는 게 현명할 수도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