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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 치열한 중위권 다툼을 벌이는 두 서울팀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최근 깜짝 4번타자 카드로 재미를 보고 있다는 것. LG는 양석환(26), 넥센은 김하성(22)이 타선의 중심인 4번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전형적인 4번 스타일은 아니다. 홈런을 뻥뻥 치는 장타자보다 중장거리 타자로 봐야 한다. 그러나 각자의 팀 사정상 이 젊은 타자들이 중책을 맡았다. LG는 루이스 히메네스의 부상 공백을 양석환으로 메우고 있고, 넥센은 윤석민의 부진이 김하성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했다.
양석환은 지난 4일부터 4번으로 기용되기 시작해 4번 타순에서 득점권 타율 4할6푼2리를 기록중이다. 타점도 쓸어담더니, 시즌 타점 기록을 46점으로 끌어올렸다. 김하성은 4번으로 출전한 21일 경기부터 홈런 4개에 22타점을 몰아쳤다. 만루홈런만 3개를 때려내는 파괴력을 보여줬다.
"양석환, 사실 6번 정도가 어울려."
양 감독은 양석환이 잘해주고 있는 것에 먼저 칭찬을 했다. 양 감독은 "찬스에서 강한 모습을 많이 봤다. 타순에 관계 없이 늘 자신있게 자기 스윙을 하는 모습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4번을 칠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양석환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도 인정했다. 양 감독은 "양석환이 홈런타자는 아니다. 4번이라고 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타구 비거리가 그렇게 나가지는 않는다. 굳이 스타일을 따지자면 석환이는 거포보다는 정확한 컨택트 능력을 바탕으로 타격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컨택트 능력과 힘을 겸비한 중장거리 타자라는 뜻. 양 감독은 "중심에서 크게 휘둘러줄 타자만 있다면 석환이는 6번 타순 정도에 들어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양 감독은 "타점 생산 능력은 정말 기대 이상"이라고 말하며 "당분간은 양석환이 계속 4번을 맡을 것이다. 지금처럼 잘 해 시즌 100타점 기록을 채웠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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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감독은 김하성 4번 얘기가 나오자 "최근 김하성 때문에 4번은 걱정을 안해도 되는 자리가 됐다"며 껄껄 웃었다. 그만큼 4번 김하성의 활약에 만족한다는 의미다.
장 감독은 "본인이 4번 자리 부담을 갖지 않고, 멘탈적으로 잘 받아들이고 있다.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통 경험이 없는 선수들은 4번 타순에 있는 자신의 이름을 보기만 해도 꼭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몸이 굳는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20홈런을 치며 장타자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친 김하성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즐기고 있다.
물론, 걱정도 있다. 김하성은 수비에서 체력 소모가 가장 큰 유격수다. 공격만큼 수비에서도 중심을 잡아줘야 팀이 흔들리지 않는다. 장 감독은 "4번-유격수가 쉬운 역할이 아니다. 그래서 체력 관리를 해주려 신경쓰고 있다. 지명타자로 들어가는 경기가 있을 수도 있고, 한 경기 정도 휴식을 줄 생각도 하고 있다. 홈 경기는 늘 시원한 환경(고척스카이돔)에서 하니 웬만하면 뛰고, 여름철 날씨가 더운 원정경기에서 휴식을 주면 효율적일 것 같다"고 밝혔다.
장 감독은 "김하성 뿐 아니라 우리팀 타자들이 7번도 4번같이 잘 해주고 있다. 선수들이 타순을 신경쓰지 않고 어느 자리에서든 열심히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