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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한화 이글스는 삼성 라이온즈의 천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천적에서 제물로, 한화는 이제 삼성이 두렵다.
한화는 24일 대구에서 삼성에 2대8로 완패를 당했다. 삼성 선발 윤성환(7이닝 2실점)에게는 선발 3연승을 내줬고,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에게는 KBO리그 첫 만루홈런을 헌납했다. 삼성 레전드 이승엽은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최근 잠시 주춤했던 타격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구자욱 데이'를 맞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가득메운 2만1107명의 삼성팬들은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불렀다. 한화는 선발 이태양이 3이닝만에 7실점으로 무너지며 일찌감치 고개를 떨궜다.
2015년과 2016년은 사뭇 달랐다. 당시 한화는 삼성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2015년 삼성에 10승6패로 우세였다. 지난해도 10승1무5패로 절대적인 우위였다. 물론 2014년까지는 왕조를 구축중인 삼성에 늘 '밥'이었다. 2014년 상대전적 또한 한화는 4승1무11패로 사자군단에 맥을 추지 못했다. 김성근 전 감독이 2015시즌을 앞두고 부임하면서 최강자였던 삼성을 겨냥하면서 공교롭게도 양팀은 만나기만 하면 혈투를 벌였다. 당시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은 "이상하게 한화를 만나면 경기가 꼬인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올해 삼성은 창단 이후 최악의 스타트였다. 시즌 100패 이야기도 나왔다. 5월 들어 러프가 살아나고 구자욱이 다시 힘을 얻으면서 점차 팀컬러가 바뀌고, 선발진과 불펜진도 힘을 내기시작, 6월에 탈꼴찌를 했다. 하지만 4월과 5월의 삼성은 형편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한화에 강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달 19~21일이었다. 삼성은 한화를 상대로 대전에서 시즌 첫 3연전 스윕을 했다. 21일 양팀 선수들이 뒤엉켜 주먹다짐 벤치클리어링을 해 여러명이 출전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지만 이후부터 삼성은 상승세를 탔다.
반면 한화는 그날 4연패를 당한 뒤 김성근 전 감독이 중도하차 의사를 밝혔고, 한화 구단은 당황했다. 이상군 투수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았지만 이후 속절없이 8연패까지 이어졌다.
이 대행은 자신이 지휘봉을 잡자마자 당했던 4연패를 두고 두고 아쉽다고 말한다. 당시 몸싸움 과정에서 외국인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왼손 새끼손가락 인대를 다쳤다. 6경기 출장정지 뿐만 아니라 보름여 치료를 위해 미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비야누에바 대체 선발인 장민재 카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중요고비마다 삼성을 만나 기가 꺾이는 점도 한화로선 속상하다. 지난 22일 한화는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5점차를 따라잡아 결국 13대12, 연장 10회 역전승(이성열 끝내기홈런)을 거뒀다. 까다로운 상대인 넥센에 극적인 위닝 시리즈를 거둬 팀분위기는 최고였다.
호기롭게 대구로 향했지만 결과는 큰 아쉬움이었다. 한화로선 앙갚음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삼성과의 맞대결은 이제 5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5경기를 모두 이겨도 8승8패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