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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 투수 앤디 밴헤켄은 1979년생이다. 한국나이로 하면 어느덧 39세. '불혹'을 앞두고 있다. 프로야구선수로는 이제 많은 나이다.
당연히 밴헤켄의 노쇠화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성실한 성품에 KBO리그에 대한 적응은 완벽하고, 2014년 20승까지 거뒀든 투수. 또 지난해 일본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4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던 투수다. 의심의 여지가 없이 넥센 마운드의 중심을 지키는 '에이스'지만, 세월을 무시할 수는 없다.
다시 한달의 시간을 보낸 후 지난 11일 KIA 타이거즈전에 돌아왔을 때에도 성적은 나빴다. 3⅓이닝 3실점(2자책). 꾸준함이 장점이었던 그가 더이상 안정적인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을 두고, 대체 카드를 찾아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당연히 구단 입장에서는 고민이다. 통증이 있었던 어깨는 병원 검진상 많이 호전된 상태지만, 떨어진 구속과 구위를 돌리기는 쉽지 않다. KBO리그에서의 최전성기였던 2014~15시즌 150㎞에 육박했던 그의 최고 구속은 이제 145㎞를 넘기기 쉽지 않다. 강력한 무기 포크볼을 비롯해 변화구의 예리한 맛은 여전하지만, 그것 역시 직구가 힘을 발휘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션 오설리반을 제이크 브리검으로 교체한 넥센은 이제 한장의 교체 카드만 남아있다. 대니 돈이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밴헤켄이 반드시 부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약 2개월만에 퀄리티스타트(QS)를 했다. 1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선발 등판한 밴헤켄은 6이닝 동안 2안타(1홈런) 7삼진 1실점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1회초 최준석에게 맞은 솔로 홈런을 제외하고는 실점이 없었고, 최근 힘이 떨어진 롯데 타선을 상대로 삼진을 7개나 잡아냈다. 타선도 밴헤켄을 도왔다. 1회말 곧바로 1-1 동점을 만든 후 3회말 대거 7점을 뽑아내면서 편안한 상황에서 승리 요건을 갖출 수 있게 해줬다.
2개월만의 QS가 가져오는 긍정적 영향은 크다. 일단 팀이 걱정을 덜었다. 넥센은 최근 투수들의 줄부상에 걱정이 많다. 만약 밴헤켄이 또 무너졌다면, 연패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급한 불을 껐고, 불펜 출혈도 최소화 했다.
밴헤켄 본인에게도 새로운 동기부여가 됐다. 롯데전에서도 최고 구속은 143㎞에 그쳤지만, 노련미를 앞세워 한층 좋은 컨디션을 확인했다. 천천히 컨디션 관리에만 힘써온 최근의 노력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