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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구장의 진짜 에이스는 누구인가.
한 경기로 모든 걸 판단할 수 없지만, 2017년 6월14일 승부는 확실히 데이비드 허프가 앞섰다.
그 주인공은 LG 허프와 두산 더스틴 니퍼트. 허프는 지난해 중반 LG 유니폼을 입고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재계약을 체결했다. 시즌 초반에는 불의의 무릎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으나 최근 복귀 후 안정감있는 피칭을 해주고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성적은 1승3패였고, 임찬규와 차우찬 등이 선발로 잘해주고 있지만 사실상 LG의 에이스는 허프. 와일드카드 결정전 선발을 고르라면 누구라도 허프를 고를 것이다. 두산 니퍼트의 경우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리그 최고 투수. 과연 이들의 대결은 어떻게 펼쳐졌을까.
허프의 압승이었다. 전날 충격패로 자칫 가라앉을 뻔 했던 팀 분위기를 다시 살리며 '내가 LG의 에이스'임을 다시 한 번 만천하에 알렸다. 허프는 8이닝 동안 116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5대1 승리를 책임졌다. 최고구속 150km의 직구와 주무기인 컷패스트볼, 체인지업의 위력이 좋았다. 부상 복귀 후에는 구위가 완전치 않은 모습이었는데, 마치 이날 두산전을 위해 아껴뒀다는 듯이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경기를 지켜보던 차명석 MBC 스포츠+ 해설위원도 "지난해 좋을 때와 똑같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다른 팀이었다면 경기를 반쯤 포기하고 들어가는 무시무시한 선발 니퍼트와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이끈 것도 중요했지만, 허프의 투구가 영양가 있었던 건 바로 불펜의 휴식이었다. LG는 13일 두산전에서 잡을 수 있었던 경기 9회 불펜 난조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2점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이날도 LG가 확실하게 앞서나가지 못했다. 만약, 허프가 6이닝 정도밖에 던지지 못했다면 또다시 필승조가 가동돼야 했는데, 아무래도 전날 경기의 잔상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9회 나온 진해수가 볼넷과 안타를 내주며 흔들린 것을 감안하면 허프의 8이닝 투구가 더욱 값졌다. 허프의 역투로 LG는 15일 두산전과 주말 KIA 타이거즈전 대비 불펜의 체력 세이브에 성공했다. 부담스러운 등판을 안만들어줘 체력보다 더 중요한 멘탈 세이브를 해줬다는 게 또 다른 의미였다. 8회 투구를 마친 후 덕아웃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자신을 위해 열심히 수비해준 야수들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다 모두 하이파이브 해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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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퍼트에게는 악몽, 허프에게는 든든한 원군이 된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LG의 내야 왼편을 지키는 '환 브라더스'. 양석환과 오지환이 니퍼트 격파 선봉에 섰다. 양석환은 4회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를 때리며 선취점의 발판을 마련했고, 5회에는 손주인의 솔로포 이후 확실히 달아나는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오지환은 4회 양석환을 불러들이는 천금의 선제 결승 적시타에 이어 7회 쐐기를 박는 중전 적시타까지 때려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