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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떠놓고 비는 심정입니다."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이 내야수 최원준의 수비를 지켜보는 마음을 표현한 말이다.
김 감독은 28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최원준의 수비 실책을)항상 예상하고 있다. 송구가 빗나가는 것도 생각은 하고 있다. 나도 선수 때 수비 실책을 많이 해봤다. 이겨내야 한다"면서 "그래도 재능을 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원준은 지난해 1군에 데뷔해 14경기에서 타율 4할5푼8리(24타수 11안타) 1홈런을 기록했다. 적은 기회 속에서도 타격은 뛰어났다. 또한, 퓨처스리그에선 42도루로 이 부문 1위를 할 정도로, 주루 능력도 갖추고 있다. 김 감독도 공격적 재능은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어찌 됐든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내야수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선 최원준이 승리의 주역이 됐다. 최원준은 3회말 첫 타석에 송승준의 몸쪽 깊숙한 공을 기술적으로 잡아 당겨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6회말에는 땅볼 타구로 동점 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 결정타가 부족했다. 롯데는 7회 2사 2,3루, 9회 1사 2,3루 상황에서 7번 타자 김선빈을 고의4구로 출루시켰다. 타격이 더 약한 최원준을 상대하겠다는 의도였다. 작전은 적중했다. 최원준은 범타와 삼진으로 물러났다. 4-4로 맞선 연장 11회말 1사 1,3루에서도 김선빈이 고의4구로 출루했다. 하지만, 최원준이 윤길현의 초구를 받아쳐 우월 만루 홈런으로 연결했다. 최원준은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린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돌았다.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순간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경기 후 "최원준이 자신감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잘 극복해내고, 자신감을 되찾아서 다행이다"라고 칭찬했다. 최원준 역시 "끝내기 찬스를 계속 무산시켰는데도 끝까지 믿고 기용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범호가 1군에 복귀한다면, 최원준의 자리는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단기간에 공격에서 이범호의 빈자리를 기대 이상으로 메워주고 있다. 4경기 연속 안타다. 최근 4경기 타율은 5할3푼3리(15타수 8안타). 최근 KIA 타선은 매섭다. 나지완 최형우 안치홍의 안정된 중심 타선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서동욱 김선빈 등 하위 타선의 타자들도 감이 좋다. 최원준까지 공격에 힘을 보태니, 피해갈 곳이 없다.
최원준의 깜짝 활약은 KIA 내야진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