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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타점-득점 '0', 타율 '0.000'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38세 베테랑 박한이는 '0'에서 정지돼 있다. 지난 18일 두산 베어스전에 복귀해 2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까지 7경기에서 17타석 15타수 무안타다. 볼넷으로 두 차례 출루한 게 활약의 전부다.
시즌 초반 타선이 극심한 침체에 빠진 가운데 박한이를 기다렸는데, 실망이 크다. 박한이는 지난해 10월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고 국내에서 재활훈련을 했다. 2~3월 스프링캠프 기간에 경산 2군 구장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지금 같은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출전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현재 삼성 외야 세 자리는 꽉 차 있다. 팀의 간판 타자 대접을 받고 있는 구자욱이 박한이의 주 포지션인 좌익수로 옮겨 자리를 굳혔다. 박해민이 붙박이 중견수고, 군 복무를 마치고 컴백한 김헌곤이 좌익수로 나서고 있다. 좌익수 포지션을 놓고 김헌곤, 배영섭과 경쟁해야한다.
지난해 퓨처스리그(2군) 타격왕 김헌곤의 기세가 심상찮다. 25일 KIA전까지 21경기 전 게임에 출전해 타율 3할(70타수 21안타), 2홈런, 9타점을 기록했다. 타선의 침체속에서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눈에 띄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가 복귀하면 박한이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박한이는 대기록을 앞에두고 있다. 올 해 100안타를 때리면, KBO리그 사상 첫 17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달성한다. 지난 시즌에도 부상으로 110경기 출전에 그쳤는데, 105안타를 쳤다. 타격감을 회복한다면 올 해도 못 할 이유가 없다.
총체적 난국에 처한 팀 상황에서, 삼성 코칭스태프는 선수 개인 기록을 챙겨줄 여유가 없다. 긴 시간을 두고 기다려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베테랑답게 부진을 깨고 일어나 팀에 필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꾸준한 출전, 대기록을 위한 기회가 돌아간다. 그게 팀과 선수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길이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