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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의 참 모습은 무엇일까. 시즌 첫번째, 두번째 등판에서는 부진했다. 180만달러 몸값이 아깝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세번째 등판만에 효자가 돼 돌아왔다. 두 경기를 보고 비난했던 것이 섣부른 판단이었다면 1경기 호투를 놓고 호들갑 떠는 것도 예단일 수 있다. 하지만 명백했던 비난 원인만큼이나 칭찬 이유 또한 분명하다.
오간도는 두 차례 등판에서 4⅔이닝 4실점(1일 두산 베어스전, 투구수 90개), 5이닝 5실점(6일 NC 다이노스전, 투구수 98개)을 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오간도가 5회에 100개 가까이던지는 이유를 결정구 부재로 봤다. 투구수가 45개를 넘어서면 자신의 장기인 직구 구위가 현저히 저하돼 상대 타자를 압도하지 못한다. 슬라이더의 위력도 덩달아 반감됐다.
KBO리그 세번째 등판만에 오간도는 완전히 다른 투수로 진화했음을 알렸다. 1회 최고 구속 151㎞를 찍었는데 7회 마지막 타자를 상대할 때도 148㎞의 구속이 나왔다. 3회 150㎞, 4회 149㎞, 5회 148㎞, 6회에도 삼성 4번 이승엽을 상대로 병살타를 이끌어낼 때 시속 149㎞의 빠른볼(86구째)을 선보였다. 환골탈태 이유를 오간도 본인은 시간이라고 했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전 "오간도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선보였던 변화구를 반도 못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오간도는 이날 슬라이더 뿐만 아니라 좌타자 바깥쪽으로 휘어지면서 떨어지는 체인지업도 섞어 던졌다. 구종 변화와 더불어 겨우내 준비해 왔던 선발 전환 과정이 점차 궤도에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구속이 떨어지지 않으니 직구에 힘이 남아있고, 변화구도 더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투구수는 7회까지 96개로 막을 수 있었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오간도에 대해 "우리팀 제프 맨쉽도 불펜으로 뛰었던 선수다.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하려면 바뀌는 환경에 적응할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어깨는 자신이 던지던 한계치(투구수)를 기억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즌 초반 오간도의 부진은 한화로선 벙어리 냉가슴이었다. 180만달러를 주고 영입한 거액 용병은 무조건 써야 한다. 부진해도 당분간은 억지로 밀어붙일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팀은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는다. 최근 송은범 이태양 배영수 등 국내 선발진이 좋은 활약을 이어주고 있고,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역시 2경기에서 타선지원과 수비지원을 못받아 승은 없지만 피칭은 나쁘지 않았다.
이제 오간도가 이닝이터로 순항하면 5인 선발로테이션이 착착 맞물릴 수 있다. 이미 불펜은 정우람 윤규진 심수창 박정진 송창식 장민재를 중심으로 매끄럽게 돌아가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