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불운은 안녕.
KIA 타이거즈의 왼손 에이스 양현종이 첫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총 97개의 공을 던진 양현종은 최고 148㎞의 직구를 66개를 던져 직구 위주의 힘있는 피칭을 했다. 초반 제구가 잡히지 않아 어이없이 빠지는 공이 몇개 보였지만 갈수록 제구가 잡히며 위력적인 피칭을 했다.
1회초 1번 김강민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기분좋게 출발했지만 2번 워스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아직 제구가 잡히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3번 최 정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어이없이 높게들어가는 공이 있었다. 1-0으로앞선 2회초 첫 실점을 했다. 선두 5번 김동엽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내줬고, 이어 6번 박정권에게도 중전안타를 허용해 1점을 내줬다.
7번 이재원을 2루수앞 병살타로 처리해 한숨돌리는가 싶었지만 8번 김성현과 9번 박승욱을 연속 볼넷으로 출루시켜 다시 2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1번 김강민을 유격수앞 땅볼로 처리해 한숨을 돌렸다.
3,4회엔 삼진을 2개씩 잡으며 무실점으로 넘겼고, 5회초엔 1사후 김강민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워스를 3루수앞 병살타로 처리했다. 6회에도 안타 하나를 맞았지만 위기없이 마친 양현종은 6회말 팀타선이 폭발해 대거 5점을 얻어 6-1로 앞선 뒤 7회초 2명의 타자를 잡아내고서 한승혁과 교체됐다. 97개를 던진 양현종은 최고 구속 148㎞의 직구를 66개를 던지며 직구 위주로 SK 타선을 윽박질렀다.
5회까지 1-1 동점의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자 양현종이 올시즌에도 타선의 지원을 못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양현종은 지난해 10승12패를 거뒀지만 투구 내용은 10승으로 끝낼 게 아니었다. 좋은 피칭을 하고서도 타선이 터지지 않아 승패없이 내려가거나 오히려 패전투수가 된 경우도 있었고,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간 뒤 불펜이 승리를 날리는 경우도 자주 봤었다. 지난해엔 8경기만에 첫승을 신고했던 양현종은 이번엔 첫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돼 올시즌 행운을 예고했다.
새롭게 KIA의 4번타자가 된 최형우가 양현종의 불운을 씻어내는데 큰 공을 세웠다. 1회말 2사 2루서 좌익선상 2루타로 선취타점을 올렸고, 1-1 동점이던 6회말 1사 1루서 찬스를 이어주는 중전안타를 터뜨려 빅이닝을 만드는 데큰 역할을 했다.
경기 후 만난 양현종은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힘이 많이 들어가서 초반에 컨트롤이 안좋았다. 이닝 끝나고 내려올 때마다 코치님께서 밸런스를 얘기하셨고, 컨트롤에 신경썼던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했다. 양현종은 원래 컨디션을 천천히 끌어올리는 스타일인데 올해는 WBC 출전으로 인해 컨디션을 빨리 올렸다. "WBC때 컨디션을 올려놓은 것을 잘 유지해서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빨리 컨디션을 올린게 이전과 달리 올시즌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는 양현종은 "지금 컨디션은 90%, 100%라고 할 수 있다"라고 했다.
6회 점수를 뽑았을 때의 마음을 묻자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 "너무 좋았다. 사실 그때 조금 지쳐갈 때였는데 점수가 나니 더 힘이 났던게 사실"이라면서 "올해는 투수가 게임을 이끌어가기 보다는 버텨야할 것 같다. 타선이 언젠가는 터지기 때문에 투수가 잘 버텨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타자들에 대한 믿음을 나타냈다.
올해의 1차 목표는 통산 93승이다. 이날 승리로 통산 88승을 거둔 양현종은 KIA 팀 좌완투수 역대 최다승에 5승만을 남겨놓고 있다. KIA 좌완투수 역대 통산 최다승은 김정수(현 KIA 투수코치)가 세운 92승이다. 양현종은 "일단 93승을 빨리 달성하고 싶다. 달성하면 마음 편하게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웃었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