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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의 스캠 다이어리] "우리 홍구가 많이 달라졌어요" 진짜일까요?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2-20 20:01


기아 타이거즈가 20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구장에서 요코하마와 연습경기를 했다.
이홍구.
오키나와=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2.20/

"우리 홍구가 많이 달라졌다니까요."

KIA 타이거즈와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의 연습경기가 열린 20일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 구장. 이날 경기는 KIA가 3대9로 대패했습니다. 연습경기 5전 전패. 결과만 보면 KIA 팬들은 당연히 실망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에 중계가 되지 않은 이 경기를 봤다면, 이홍구라는 선수의 플레이에 어느정도 위안이 됐을 것입니다.

이홍구는 이날 8번-포수로 선발 출전했습니다. 2회초 첫 타석에 들어섰지요. 여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용규놀이'가 아닌 '홍구놀이'가 벌어진 겁니다. '용규놀이'는 한화 이글스 이용규가 지독하게 커트를 해내 상대 투수를 지치게 한 것에서 유래됐는데요, 이날 이홍구는 상대 수준급 좌완 선발 이시다가 12개의 공을 던지게 만들었습니다. 유인구에도 속지 않고, 끝까지 공을 보며 어떻게든 컨택트 하려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경기를 지켜보던 덕아웃 동료들도, 이시다의 투구수가 늘어날 때마다 열화와 같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습니다.

사실 이홍구는 공격형 포수 이미지가 강합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뜬금없이 터지는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유형입니다. 그만큼 힘이 있습니다. KIA가 아닌 다른 팀의 한 감독은 지난해 KIA를 상대하며 "타격만 놓고 보면, 이홍구는 강민호(롯데 자이언츠) 양의지(두산 베어스)에 버금가는 자질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냉정히 평가하면, 지난해까지는 조금 큰 스윙에만 의존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포수인데, 수비보다는 공격에서 임팩트를 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이홍구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일단 외형부터 확 바뀌었습니다. 살이 쪽 빠져 날렵한 몸을 만들었습니다. 감량을 통한 몸만들기만큼, 그 선수의 의지를 잘 보여주는 건 없지요.


기아 타이거즈가 20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구장에서 요코하마와 연습경기를 했다.
이홍구.
오키나와=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2.20/
살만 빼면 다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다릅니다. 위에서 말했던 '홍구놀이'가 대표 사례입니다. 시원하게 돌리고 덕아웃에 돌아오던 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앉았을 때도 변화가 있습니다. 잘 보시면 앉았을 때 두 발의 스탠스가 많이 좁혀졌습니다. 쉬어 보이지만 쉽지 않은 것이라고 합니다. 몸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록 스탠스를 좁힐 수 있다고 합니다. 스탠스가 좁아지면 그만큼 다음 동작 속도를 빨리 가져갈 수 있습니다. 특히, 2루 송구를 할 때 큰 차이가 납니다. 볼배합도 과감해졌습니다. 연습경기이지만, 이전의 이홍구답지 않게 연속 3개 변화구 사인도 냅니다. 그만큼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뜻입니다.

이홍구는 "코치님들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십니다. 그 주문을 잘 이행하고 싶어 매타석 집중을 합니다. 또, 연습한 걸 시합 때 써봐야 뭐가 부족하고 더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수비, 볼배합은 이것저것 많은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는데 지금처럼 많은 고민을 하면 좋아질 거라 믿습니다"라고 겸손하게 설명했습니다.

사실 이홍구의 변신은 동료 한승택 때문 아니냐는 얘기가 많습니다. 지난해 백용환과의 경쟁에서 잘 버텨냈지만, 시즌 후반과 중요했던 와일드카드 결정전 주전 포수 자리를 군 제대한 한승택에게 넘겨줬습니다. 누가 봐도 큰 충격일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이홍구는 이에 대해 "자극이라기 보다는, 프로에서 어쩔 수 없이 경쟁을 해야하는 경쟁 상대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도 "경쟁이지만 올시즌은 마음 편히 야구 공부를 할 수 있는 제 자신의 준비를 했습니다.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100경기 이상 출전하고 싶고, 개막 엔트리에 드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켜보는 많은 이들을 흡족하게 하는 이홍구의 변신. 그 결과에 따라 KIA의 올해 향방도 결정될 수 있습니다. 그의 역할은 야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포수니까요. 이홍구가 과연 올시즌을 통해 진정한 포수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오키나와=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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